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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대학 캠퍼스 야만적 침탈에도:
홍콩 항쟁 만세!

홍콩 당국이 탄압 수위를 높이면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거리낌없이 실탄을 쏘고 부상자가 속출하고 목숨을 잃는 사람도 생겨났다.

11월 14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현재 홍콩에서 가장 긴박한 과제는 폭력 난동을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하며 강경한 탄압을 주문했다. 16일에는 중국 정규군인 ‘인민해방군’이 홍콩 거리를 청소하는 데에 투입됐다. 시위 진압에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미 중문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홍콩 경찰은 18일부터 이공대를 포위하고 학생들을 공격하고 체포했다. 경찰은 음향 대포와 물대포를 쏘고, 학교를 봉쇄해 식량과 생필품 반입을 차단했다. 물대포에 맞아 저체온증에 걸리고,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했다. 경찰이 응급처치요원까지 연행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까지 공격하고 연행했다. 학생들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경찰의 봉쇄 작전과 추위와 굶주림에 못 이긴 많은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빠져나왔다. 자진 체포되기도 하고, 밧줄을 몸에 감고 건물에서 내려가거나, 담장을 넘거나, 맨홀로 들어가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11월 20일 현재, 이공대에 끝까지 남아 저항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공대는 경찰의 물리적 공세에 못 이겨 사실상 함락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홍콩 항쟁의 기세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홍콩 시민들은 항쟁의 발단이 된 송환법을 철회시켰으며, 그 후에도 5대 요구 사항을 굽히지 않고 요구하며 꽤 오랫동안 전투를 벌여 왔다.

11월 18일 홍콩 이공대 앞 ⓒ출처 Studio Incendo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도심에서는 사무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점심 시위’가 벌어졌다. 많은 노동자들이 퇴근 후에 시위에 합류했다. 캠퍼스 침탈 후에도 이런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11월 18일 홍콩고등법원은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이 도입한 마스크 금지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홍콩 대중의 거센 압력으로 홍콩 상층부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물론 다음 날 시진핑 정부는 판결을 전면 부정하는 발표를 했다. 홍콩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중앙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시진핑 정부도 다급하다.

수위가 높아지는 시진핑 정부의 탄압에 직면해 홍콩 항쟁 내에서는 운동의 진로를 둘러싼 토론과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극심한 경찰 폭력과 당국이 퍼뜨리는 온갖 악선전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는 홍콩 대중의 전투성은 실로 대단하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런 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한 집단적 행동을 벌여야 한다. 이미 홍콩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총파업을 시도함으로써 잠재력을 보인 바 있다. 이런 행동을 즉시 해야 한다.


드러나는 서방 주류 정치인들과 언론의 위선

홍콩에서 충돌이 치열해지면서 서방 정치인들이 시위대와 경찰의 폭력을 동렬에 놓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어느 측의 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 하고 말했고,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양측이 모두 진정하고 자제하라” 하고 촉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실은 “홍콩 시위대 일부가 극단적인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 하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저항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의 처지를 고려해 항쟁 지지를 표명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서방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시위대의 폭력과 경찰 폭력을 똑같이 문제 삼아, 홍콩이 혼돈에 빠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서방 언론들은 홍콩 항쟁을 독립 요구 시위로 왜곡하는 데에서도 중국 관영 언론과 마찬가지다. 다만 동기가 다를 뿐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홍콩과 중국 본토의 평범한 사람들을, 그리고 홍콩 운동 내부를 이간질하려 하는 반면, 서방 언론들은 반중(反中)적 성격을 부각해 새로 부상하는 경쟁국 중국의 위신을 깎아 내리려 한다.

서방 언론들은 시진핑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분리독립 주장을 은근히 뒤섞고, 홍콩 분리주의자들을 부각해 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시위를 헐뜯는 데에도 편리한 핑계가 됐다.

서방 지배자들과 그들의 언론은 홍콩 항쟁을 결코 일관되게 지지할 수 없다. 지지를 표한다 해도 자신의 이익에 맞게 항쟁을 이용하려 할 뿐이다. 9월 홍콩 운동의 자유주의적 유명 인사 조슈아 웡이 독일 외무장관을 만나 지지를 호소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독일은 인민해방군 훈련 지원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하려 한다. 트럼프도 이미 홍콩 항쟁을 냉소적으로 미·중 갈등에 이용한 바 있다.

11월 20일 미국 상원은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며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은 진짜로 홍콩 사람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법은 미국의 적성국 제재(예컨대 이란이나 북한 제재)에 홍콩이 동참하는지 평가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활동가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라고 요구하는 법이다. 이 법은 홍콩으로 망명 간 미국인을 “송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이다!

이처럼, 서방 주류 정치인들과 언론은 억압받는 홍콩 대중의 친구가 아니다. 서방 강대국의 도움이 홍콩 항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주의가 득이 되는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 특히 노동자들만이 일관되게 홍콩 항쟁을 지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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