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 대리운전 노동자 집중 집회 :
“노동기본권 보장하고 조건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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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대리운전기사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판결에는 커다란 한계도 있다. 전속성(하나의 업체에 소속돼 그 업체의 일을 주로 하는지 여부)이 여전히 노동법적 권리 보장을 가로막고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여러 업체와 일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정부와 법원은 한 업체의 일을 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만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노동부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5월 제출한 노동조합 설립 신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전국 12개 광역지자체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지역단위 노조를 인정했지만, 노동부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을 뿐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노동부의 태도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겠다던 입장을 정면 위배하는 것이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11월 28일 전국의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집결한다. 건설기계, 화물, 퀵서비스, 학습지, 보험설계사 등 민주노총 소속의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함께 결의대회를 연다. 지난 2017년 민주당 소속 한정애 의원이 노조법 2조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그 뒤로 집권 여당의 입장이 후퇴했음을 규탄하기 위해서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촉구를 하기 위해서이다.
대리운전노조가 법적 지위를 인정 받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간 부조리한 현실을 폭로·규탄하며 노동기본권 보장과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해 왔다. 그 속에서 비록 충분하지 않지만 작은 개선 조치들이 추진되고 있다.
가령, 정부는 최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특고지침)을 개정해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기로 했는데 대리운전기사도 그 보호 대상에 포함됐다. 국토부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경제법적 보호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이 조처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을 손대지 않고 있고,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력도 없다는 약점이 있다. 노동자성 인정,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보장 등을 위해 투쟁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악용해, 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 악조건을 강요해 왔다. 그중 하나가 대리운전 보험이다.
보험사와 업체들은 대리운전기사가 100만 원에 이르는 비싼 대리운전 보험을 업체별로 중복 가입하도록 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해 왔다. 그래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보험의 중복 가입을 금지하라고 요구해 왔다.
11월 28일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금융감독원으로 행진해 문제를 방치해 온 금감원을 규탄하고 대리운전 보험의 정상화도 요구하려 한다. 또, 판교로 가서 집회를 열고 대리운전기사들을 옥죄는 카카오의 ‘갑질 정책’도 규탄하려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오랜만에 집중 집회를 하는 11월 28일이 ‘대리기사는 모래알이라서 뭉치지 못 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단결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계기의 일부가 됐으면 좋겠다. 비록 당장에 큰 것을 성취하기 어려울 수 있어도, 함께 싸워서 작은 성과라도 하나하나 쟁취하는 경험은 더 큰 전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