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파업 :
자회사 강요 말고 본원처럼 직접고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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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주째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놀라운 투지를 보이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12월 6일이 월급날이에요. 한 달 월급을 날려도 그때까지 가자는 분위기입니다.”
파업에 참가하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서경지부 소속 노동자 400여 명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1300여 명을 모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임금 수준과 전환 방식을 서울대병원 본원을 기준으로 하라고 요구한다. 호봉에 따라 임금이 오르고 정규직과 차별 없이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또 경쟁 채용이 아니라 전원 전환 채용을 요구한다.
용역업체에 고용될 당시 적용한 것처럼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도 보장하라는 것도 중요한 요구다. 미화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60대 초중반이라서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직접고용이 돼도 당장 해고되거나 몇 년 안에 해고될 노동자들이 많다.
대형 공공 병원에서 파업이 장기화하자 국무총리 이낙연은 11월 19일 국무회의에서 “파업과 점거농성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이 지속되지 않도록 노사에게 해결책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한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을 제대로 지키라며 투쟁하고 있는데, 국무총리가 노사에게 해결책을 요청하다니 유체이탈화법이 따로 없다. 게다가 서울대병원은 대표적인 국립대 병원이다.
노동자들은 국립대 관할부처인 ‘교육부가 책임지라’며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일산지역 사무실과, 민주당 김병욱 의원 분당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그러자 교육부가 노사 협상 테이블을 주선했지만, 사측의 태도가 강경해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교육부는 단지 노사 교섭을 주선할 게 아니라 사측이 직접고용을 하게끔 강제할 책임이 있다.
사측은 자회사가 고용 안정에 더 유리한 것처럼 노동자들을 속이려 한다. 지난주에 직종별로 진행한 ‘정규직 전환 설명회’에서 사측은 자회사로 가면 고령자도 오래 일할 수 있고, 처우 개선과 전원 고용 승계 등 직접고용보다 조건이 낫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노동자 분열시키기
노조로 조직돼 있지 않고, 경쟁 채용 시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신규 입사자가 많은 직종을 주로 겨냥해 자회사 전환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여전히 자회사 전환 방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윤병일 공공연대노조 서경지부 분당서울대병원분회장은 “사측이 직접고용으로 갈지, 자회사로 갈지를 직종별로 노동자들의 의견을 물어 투표로 결정하려 한다”며,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사측이 강요하는 자회사 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2주 뒤에 이 투표를 강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11월 1일부로 비정규직 전원이 직접고용된 상황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이 자회사 전환 여부 의사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기만적이다.
파업이 한 달이 다 돼 가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싸우고 있다. 먼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성취한 서울대병원 본원 노조가 연대에 나서면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