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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일간의 파업으로 승리한 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
1300명 전원 직접고용을 약속받다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이 33일간의 전면 파업 끝에 원하던 전원 직접고용 약속을 받아냈다.

파업 직후 3일 동안 이뤄진 전환 방식 결정 투표에서 노동자들은 압도적으로 직접고용을 선택했다.

병원 측은 서울대병원 본원이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에도 자회사로의 전환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병원 측은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선택하면 전원 고용이 보장되고, 68세까지 일할 수 있고, 복지도 더 좋다며 자회사 전환을 종용했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직접고용과 처우개선을 쟁취한 것을 보고 ‘우리도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는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규직화 투쟁 승리보고대회 ⓒ강철구

윤병일 분당서울대병원 분회장은 12월 9일 분당서울대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승리보고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병원 본원에서 전원 직고용됐기 때문에 우리는 정당성이 있있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비정규직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결합돼 33일간의 파업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병원 측은 투표를 통해 전환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에 비해 직접고용 시 고용과 정년 등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조건은 바꾸지 않았다. 직접고용시 임금 등 노동조건을 어떻게 할 지도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선택하도록 하려는 꼼수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파업을 지속한 결과 직접고용시 본원의 정규직 전환자들과 같은 임금 수준을 적용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낼 수 있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미화 노동자들은 연봉이 500만 원 정도, 환자 이송 노동자들은 연봉이 20퍼센트 정도 인상되는 효과가 난다고 한다. 또, 사측은 경쟁 채용을 하더라도 현재 재직자들의 고용은 보장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다만, 정년 연장은 성취하지 못했다. 고령의 미화 노동자들이 전환 이후 1년 정도만 일을 더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투표 결과 1070명이 직고용 전환에 찬성했고, 오로지 157명만이 자회사에 찬성했다.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유도하려는 사측의 꼼수는 보기 좋게 실패했고, 1300여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전원 직접고용하는 결정이 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책에 반감이 상당히 커진데다 노동자들이 병원 로비에서 매일 농성과 집회를 이어가며 파업을 지속한 것은 많은 노동자들이 자회사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파업이 지속되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나서 “노사에게 조속한 해결책”을 요청하고 교육부도 중재에 나섰다.

파업은 병원 운영에도 적잖은 차질을 빚게 했다. 노동자들은 33일간이나 전면 파업을 이어나갔다. 한 달 월급이 통째로 날아가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상당한 투지를 발휘하며 파업 대열을 굳건하게 유지했다.

특히 간호보조 노동자들이 대부분 노조로 조직돼 끝까지 파업 대열을 유지한 것은 사측에 상당한 압력을 줬다. 황혜진 조합원은 파업의 효과를 이렇게 말했다. “수술장비를 준비하고 세척하는 중앙공급실 업무가 마비되는 바람에 수술이 줄어들었어요. 응급실도 눈에 띄게 환자가 줄었습니다.”

서울대병원 본원에서는 이런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정규직이다. 그런데 분당서울대병원은 비용을 줄이려고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외주화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사측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그러한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연대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두 차례나 병원 로비에서 연대 집회를 연 것은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이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집회에는 경기 지역 건설노동자 수백 명과 경기 지역 노동 사회 단체들이 함께했다.

노동자들의 승리로 투쟁이 일단락됐지만 아직 과제도 남아 있다. 사측은 아직 전환 시점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사측은 정규직 전환 이후 서울대병원 본원처럼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적용해 파업 효과를 약화시키려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남아있는 과제들에도 잘 싸워 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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