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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들 등록금 인상 예고:
‘빚더미 인생’ 이제 그만! 등록금 인상 반대한다

11월 15일 사립대 총장들이 내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의했다. “10여 년 동안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재정이 황폐화됐고 교육 환경은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은 여전히 턱없이 높다. 한국 사립대 등록금은 OECD 내 4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9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약 711만 5600원이다(국공립대는 약 387만 원).

대학생들은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학자금 대출 이용자는 2018년 2학기~2019년 1학기에만 46만 3000명으로 전년 대비 4.3퍼센트 늘어났다.

그에 더해, 대학생들은 생활비 대출도 받는다. 생활비 대출 이용자 비율과 금액이 계속 늘고 있다. 그래도 대학생들은 돈이 모자라 일반 대출도 받는다.

그래서 많은 대학생들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적자 인생’이다. 취업 전망마저 어두우니, 언제 빚더미 인생에서 벗어날지 막막하다.

사립대 적립금 8조 원

사립대들은 ‘재정이 없어 보릿고개’라며 앓는 소리를 낸다. 전혀 믿을 수 없다. 학생들 등록금으로 만든 적립금이 수천억 원씩 쌓여 있다. 그 돈이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다. 사립대들의 전체 적립금은 무려 7조 8260억 원에 달한다(2018년 기준).

게다가 사립대들은 규제를 받지 않는 유학생 등록금을 계속 인상해 왔다.

교육부나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여러 대학들의 회계 비리가 밝혀지기도 했다. 애먼 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감사가 허술해 그 실제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교육 내실화” 운운하며 대학생들과 학부모 주머니를 털 생각만 하는 사립대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뭐하나?

사립대학 총장들이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나섰음에도 교육부는 태평한 모습이다. “동결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정도의 답변만 내놨을 뿐이다.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2023년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학생들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 ⓒ〈노동자 연대〉

사립대가 전체 대학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마땅한데 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대학생들을 위해 한 것은 거의 없다. 올해 초, 정부는 국가장학금이 확대돼 3명 중 1명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는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재정은 오히려 줄었다.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생 수가 1.8퍼센트 줄어, 수치상으로 개선이 있어 보이는 것일 뿐이다.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국가 장학금 예산이 3년째 3조 6000억 원 수준으로 답보하고 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시간강사들을 해고하고 그 때문에 강의 수가 줄어 대학생들이 피해를 보는데도 정부는 오불관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이 다 이런 식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에서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에서든,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서든 죄다 속 빈 강정이다. 곧 고(故) 김용균의 1주기가 돌아오는데,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최상위권인데 반해, GDP 대비 고등교육재정은 OECD 평균도 안 된다.

사실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인 GDP의 1.5퍼센트로만 올려도 대학 무상 등록금이 가능하다.

고액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휴학하고 심지어 목숨마저 끊는 학생들의 사연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돈 없는 ‘흙수저’ 학생들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대학 교육을 받기 원하는 누구나, 언제든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 등록금은 실질적으로 대폭 인하돼야 하고, 국가장학금을 비롯한 국가 재정 지원도 대폭 개선되고 확충돼야 한다.

사립대들이 모여 등록금 인상을 결의한 만큼, 학생들도 사립대 당국과 정부에 맞서 그만큼 강력한 저항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