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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교사 평가는 다르다

2학기부터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를 강행하겠다던 정부는, 교사들의 항의에 밀려 교원단체, 학부모단체들과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만 시범 실시를 하겠다며 물러섰다.

정부는 분명 교사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시도하기 위해 새로운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고 했다. 교사들이 반발하자 금세 학생·학부모 평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점은 그런 의도를 잘 보여 줬다. 따라서 정부의 교원평가제에 반대한 전교조의 투쟁은 올바른 것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사 평가를 요구하는 것에는 진정한 민주 개혁의 요구가 담겨 있다. 학생들은 일부 교사들에게 불만이 있을 뿐 아니라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열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려고 했다.

전교조는 학생회·학부모회·교사회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요구를 전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회가 법제화돼 학교·학급 운영과 수업 구성 등에 교사들과 함께 참여하고 계획한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내 생각으로는 학생들이 교사 개개인의 수업 내용과 학급 운영 등에 대해 평가하는 방법밖에 없다.

즉, 학생들이 진정한 주체로서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사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교원평가제에 반대한 진보 세력들은 근본에서 학생들의 교원 평가를 반대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조건은 어떤 ‘교원평가’도 제도화되는 순간 교단의 붕괴와 교육공동체의 황폐화를 몰고” 온다며 사실상 학생들의 평가도 인정하지 않는다.

교사들이 평가받아야 한다면 교사들 사이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할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는 평가 결과를 잣대로 성과급 등을 도입하려고 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시도는, 교사들이 학생·학부모들과 함께 반대하고 막아내야 하는 것이지 교사 평가에 반대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참여하게 될 때 교사들의 투쟁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실제로 교사 평가를 요구하는 진보적인 학부모 단체들도 정부의 구조조정 시도나 성과급 도입 등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입시 교육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면 입시 교육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위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떠한 민주적 제도도 가질 수 있는 위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 이데올로기의 영향은 사람들이 민주적 제도를 통해 전혀 진보적이지 않은 대안을 선택하게 할 수도 있다.

몇몇 사람들은 학교 내의 민주적 제도와 관련해 학교운영위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기도 한다.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도입된 학교운영위가 교장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학교운영위가 그런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학교운영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학교운영위에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주장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교사 평가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계가 있다할지라도 우리는 민주적 제도 도입을 지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민주적 제도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서 사회를 운영하는 법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민주적 참여 과정에서 사람들이 진보적 대안을 선택하도록 주장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사회를 근본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취해야 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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