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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의사의 거짓말, 가짜 건강상식》:
엉터리 건강 정보와 냉담한 의사들 사이에서

《의사의 거짓말 ― 가짜 건강상식》 켄 베리 지음, KOREA.COM, 2019년, 343쪽, 17,500원

의사이자 유튜버로 유명한 켄 베리의 책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해당 분야(의사-환자 관계)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다.

책 제목처럼 켄 베리는 의사들도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을 바로잡으려고 책을 썼다. 첫 장의 제목은 이렇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의사를 꾸짖거나 혹은 정반대로 변호하려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의사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어떤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틀린 것이 될 수도 있다. 의사들의 말에 100퍼센트 의존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의학의 바탕이 되는 연구들 자체에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종 기관과 단체의 이해관계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공개된 의학 논문들을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와 관련 책들을 소개하며 여유가 있을 때 의사에게 가져가 설명을 요청해 보라고 권한다.

아마도 3분 진료로 유명한 이 나라에서는 대체로 불가능한 일이다. 의사 수가 크게 늘어나고 공공의료가 대폭 강화돼 의사들이 수익에 매달리지 않는 조건에서만 보편적인 현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아는 의사가 있다면? 혹은 단골 병원 의사가 나름 친절하고 진지해 보인다면? 해 볼 만한 일이긴 하다.

음식이 질병의 예방과 치료, 재활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저자는 영양학에 눈길을 돌렸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영양과학 분야는 지난 100여 년간 식품 회사의 후원을 받아 연구하면서 발전을 이어나갔다. 그들은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 마지막에서야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다.

“논문 전체를 꼼꼼히 정독할수록, 각 연구의 결과와 논문의 결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니 의사들이 진실만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켄 베리는 의사들이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동료들은 대개 선의를 가졌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침내 새로운 것에 문을 닫아 버리는 보수적 태도를 갖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의사로서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는 점도 지적한다.

예컨대 ‘포화 지방 섭취가 몸에 해롭다’는 상식이 틀렸다면? 우유가 뼈를 단단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약하게 만든다면? 통밀이 건강에 ‘좋은’ 게 아니라 ‘덜 나쁜’ 것일 뿐이라면? 정부가 권장하는 식단이 완전히 엉터리라면?

의사의 조언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저자는 소설가 업튼 싱클레어의 말을 인용해 이런 현실을 꼬집는다. “어떤 사실을 이해하지 않고 일했을 때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앞으로도 그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경험주의 비판

돈이 안 되는 연구는 이뤄지지도 않는다. “오래 전부터 의료계와 거대 제약사는 수백억짜리 의약품의 FDA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할 때를 제외하고는 폐경기 여성의 건강을 고려해 [호르몬대체요법] 문제를 제대로 고민한 적이 없다.”

저자의 지적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을 꼽으라면 오늘날 의학 연구에 만연한 경험주의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물론 의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므로 실험에 커다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날 의학 연구가 통계적 연관성(“역학”) 찾기에만 크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다. “연관성과 인과관계는 엄연히 다르다.” WHO는 붉은 고기와 소시지, 구운 고기가 암을 유발한다며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하는데, 정말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을까?

저자는 많은 의사들이 이런 연구 결과들에 의존하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보려 하지 않고,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옛 견해를 공개적으로 교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다만 각각의 건강 상식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른바 ‘원시인’ 다이어트의 효과나 호르몬대체요법의 무해성, 자외선 노출과 피부암의 인과관계 등)도 있다는 점을 밝혀 두겠다. 저자 자신도 그런 역학 연구를 근거로 삼거나(반대자들도 수많은 논문을 들이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연구가 부족한 것들을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거나 논란이 있는 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각각에 대한 반론을 소개하는 게 좀더 나은 방식이었을 텐데, 그러면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저자의 제안은 건강 상식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진보적인 의사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듯하다. 제도 변화만 강조하고, 의사나 환자 개인에게 당장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태도 말이다.

어떤 기술들은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아도 보통 사람들의 편의에 도움이 된다. 저자의 지적대로 의학 자체가 불완전하므로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예컨대 원격의료와 의료정보 공유가 기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추진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들을 위한 편의 장비 개발·보급과 정보 공유가 이뤄지도록 하는 진보적 개혁 방안은 없을까?

어쨌든 홍수처럼 쏟아지는 건강 상식을 섣불리 진실로 여겨서도 안 되고, (의사든 환자든) 혼자 따져 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근사치를 찾아가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려면 신중한 태도와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도 이런 관점에서 읽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