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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당한 미국:
이라크 주재 미대사관 공격 받다

2019년 12월 31일 바그다드 미 대사관 상공에서 공격 헬기 아파치 헬기가 조명탄을 쏘며 비행하고 있다. ⓒ출처 미 국방부

연말연시에 이라크에서 불꽃이 튀었다. 2019년 12월 29일 미군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에 주둔한 무장 집단 카타이브-헤즈볼라의 기지 다섯 곳을 폭격했다. 열아홉 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다. 카타이브-헤즈볼라는 이라크 북부에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와 싸워 온 친이란계 무장 집단이다.

이에 카타이브-헤즈볼라가 속한 친이란계 무장 집단들의 연합체인 인민동원군(PMF)이 주도해 바그다드 주재 미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미대사관의 외교관들과 직원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관내 은신처로 피신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서방 언론들은 40년 전 이란 혁명 당시 이란 주재 미대사관 점거 시위를 떠올리며 소름 끼친 듯하다.

미대사관 측은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켜 달라고 이라크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소스라친 미국은 즉각대응군(IRF) 750명을 급파했다. 이어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는 “며칠 안에 추가 병력을 파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퇴진한 전 총리 압델 마흐디 등의 자제 요청으로 대사관 앞 항의 시위는 이틀 만에 끝났다. 하지만 시위대는 “우리가 저들을 불살라 버렸다”며 의기양양해 했다.

위신에 먹칠을 당한 트럼프는 1월 1일 이 시위의 배후 세력으로 이란을 지목하며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커다란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위협이다.” 그러나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당신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조롱으로 응수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미국

애초에 미국은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와 중동)에 대한 제국주의적 통제력을 높이려 했다.

중동은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에 핵심인 곳으로 손꼽힌다. 미국 자신은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지만 다른 주요 자본주의 열강(특히 유럽·중국·일본)은 중동 석유에 크게 의존한다. 게다가 중동은 지리적으로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동안 미국 지배자들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 집중하려고 중동 직접 개입을 되도록 줄이려 해 왔다. 트럼프는 중동에서 지상전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주의하면서, 역내 동맹들(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과 손잡고 눈엣가시 지역 강국 이란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에 맞서 미국 드론을 격추시키고 영국의 유조선을 억류하는 등 역내에서 상당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는 “트럼프에게 대통령으로서 잊을 수 없는 악몽”(미 전략·정보 웹사이트 〈스트랫포〉)을 안겨 줬다. 결국 트럼프는 중동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군사력을 추가 배치해야 했다.

미국에게는 설상가상으로, 12월 27~30일 중국·러시아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과 함께 사상 최초로 해상 합동군사훈련을 벌였다. 오랫동안 미국 등 서구 제국주의자들이 주름잡은 해역에서 미국의 ‘공식 적성국’들이 연합해 사실상 무력 시위를 벌인 것이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 우첸은 이 훈련이 “세계 평화와 해상 안보를 수호할 중국의 능력도 보여 [준]” 것이라고 했다.

29일 미국이 무장 집단의 로켓 공격에 전투기를 동원하는 무력 과시로 대응한 것은 이런 맥락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6월 이란군에 미 공군 드론이 격추당했을 때 변변한 군사적 보복을 못했던 것과 달리 강수를 둔 것이다.

“상처 입은 야수가 더 위험하다”는 격언처럼 이후 미국의 행보는 이 지역의 불안정을 더 키울 것이다. 이런 곳(호르무즈해협)에 한국 군인을 파병하는 것은 불 속에 섶을 지고 뛰어드는 격이 될 것이다.(관련 기사: ‘중동 파병은 미국 제국주의의 만행을 지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