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성명
이란 공격 반대한다

1.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장 거셈 솔레이마니와 다른 이란·이라크 무장 조직 지도자들 암살을 지시했다. 이는 중동을 불구덩이에 빠뜨릴 수 있는 전쟁 행위다.

2. 트럼프는 분명 단기적인 정치적 계산 때문에 암살을 지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중동 지배력이 위기에 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3. 이 위기의 기원은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당시 이라크 통치자인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지만 미국의 이라크 점령 정책은 실패했다. 그러면서 생긴 권력 공백에서 이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과 특히 러시아를 비롯한 역외(域外) 열강이 득을 보려 했다. 이들의 경쟁 때문에 시리아·예멘·리비아 등지에서 위험한 유혈 충돌이 잇달아 벌어졌다. 게다가 그리스·키프로스·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 하에 해저 가스관 연결 협정을 맺으면서 터키와의 긴장을 더 키우고 있다.

4. 중동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되면서 가장 크게 득을 본 세력 하나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정권이다. 이번에 암살당한 솔레이마니는 이란에서 이라크를 거쳐 시리아와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지대’의 막후 실세였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을 조직하면서도, 시리아에서는 야만적인 아사드 정권이 혁명으로 무너지지 않게 떠받치고 이라크·레바논에서는 부패하고 종파적인 정부를 지원하는 모순적인 구실을 해 왔다.

5. 미국은 중동에서 세가 약해졌을 수 있지만 중동 지배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이란 회유 정책을 뒤집고 이란을 위협하는 길을 택했다. 동시에 상황이 전쟁으로 커지지는 않도록 신중을 기하면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여 이란을 “최대 압박”하는 데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압박을 맞받아칠 길을 찾아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거나 이라크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한 것이 그런 사례다.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힘에 부쳐서 치는 몸부림에 가깝다.

6. 그러나 이는 극도로 위험한 행보다. 이란과 미국이 응전을 주고받으며 상황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중국·러시아·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벌인 해상 연합 훈련은, 다른 제국주의 열강도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가 처한 위기에서 득을 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7. 우리는 솔레이마니 암살과 그 이후에 벌어질 모든 공격을 규탄하며, 이란을 상대로 한 모든 전쟁에 반대할 것이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주도·교사하는 모든 전쟁은 개전 즉시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며 중동 전체에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다. 이제껏 제국주의의 개입은 중동을 전쟁이 끊이지 않는 황폐한 땅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미국은 중동에 더 많은 군대를 투입해선 안 되며, 오히려 그곳에 있는 모든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전쟁 위험에 맞서는 대중 행동을 건설할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해 미국 제국주의를 지원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을 돕는 일을 해선 안 된다. 또한 한국군 파병은 그곳에 파병된 젊은이들은 물론 나라 안팎에 있는 한국인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제국주의를 지원하는 파병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8. 또, 우리는 미국과 대립하는 이란 등의 중동 내 아류 제국주의 강국들이 진보적인 대안이라는 견해를 거부한다. 최근 몇 달 동안 이란, 이라크, 레바논에서는 빈곤, 부패, 종파주의에 맞선 대중 항쟁이 일어났다. 솔레이마니 암살은 이 나라들의 지배자들이 국민적 단결을 명분 삼아 질서를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지배자들이 민중들을 서로 반목시키려 하는 모든 시도에 우리는 반대한다.

9. 중동의 노동자, 도시 빈민, 농민에 대한 착취와 차별을 끝내는 진정한 해결책은 그들 자신의 행동에 있다. 2011년 아랍 혁명은 그들의 자주적인 활동이 품은 가능성을 힐끗 보여 줬다. 우리는 이런 투쟁들이 부흥하기를 바란다. 이런 투쟁들이야말로 중동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폭압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

2020년 1월 5일
노동자연대

개정 사항: 8번 항목의 의미를 명확히 하려고 마지막 문장을 추가했고, 3번의 중동 국가들에 아랍에미리트를 추가했다.(1월 5일 21:05)

7번 항목에서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취지를 더 명확히 했다. (1월 6일 12:01)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