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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을 기다렸는데 무기한 휴직 날벼락:
다시 공장 앞에 모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1월 7일 오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46명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직 통보 철회 요구와 함께 출근을 강행했다 ⓒ조승진

1월 7일, 복직이 예정됐다가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평택 쌍용차 공장 앞으로 모였다. 새벽 어둠이 걷히지 않고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지만 마지막 해고 노동자들은 예정됐던 대로 출근하겠다며 공장 정문 앞에 섰다. 앞서 복직한 동료 노동자들도 오후 근무 전 휴식 시간을 쪼개서 혹은 연차를 내서 함께했다. 연대 단체 참가자들까지 70여 명이 정문 앞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2018년 9월 쌍용차 사측, 쌍용차 노동조합,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1월 7일 복직을 앞두고 있던 해고 노동자들은 허탈함과 비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시 합의에 따라 쌍용차 사측은 해고자 119명 중 60퍼센트를 2018년 내로 채용하고, 2019년 상반기까지 나머지 해고자들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기로 했다. 이때 부서 배치(복직)가 되지 못한 경우에는 2019년 연말까지 6개월 동안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뒤 연내에 부서 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렇게 무급휴직자가 된 마지막 해고 노동자가 46명이다.

그런데 돌연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12월 24일 사측은 독립노조 집행부와 합의해 이 마지막 해고 노동자들에게 무기한 휴직을 통보했다. 사실상 복직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10년 7개월 동안 복직을 기다려 온 노동자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다. 통보 하루 전(12월 23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직 투쟁 10년 … 내년에는 조합원 모두를 현장에서 만납니다” 하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적잖은 해고 노동자들은 곧 있을 복직을 준비하며 생계를 위해 얻은 일자리도 정리한 상태였다. 한 노동자는 복직을 앞두고 가족들과 조촐한 축하 파티를 하다가 휴직 통보를 받았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복직의 꿈 짓밟혔다”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은 이덕환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난다”며 “일용직부터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런데 합의 아닌 합의라는 명목으로 문자를 보내 또 우리를 죽였다. 다시 자동차를 만든다는 꿈을 안고 공장으로 들어가는 건데 회사와 기업노조(독립노조)가 그 꿈마저 꺾어 놓았다”고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어깨 펴고 떳떳하게 정문을 통과할 것이다. 안에서 싸워서 일자리를 찾겠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1년 전 먼저 복직한 김선동 씨의 발언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그동안 숱한 약속 파기에 시달려 왔음을 환기시켰다. “2015년 노-노-사 합의 당시 2017년까지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하기로 했지만 사측이 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합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축하하고 이낙연 총리가 안아 줬는데, 또다시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과 민중당 이상규 대표 등도 참석해 연대를 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해고 노동자들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 부서 배치, 즉 실질적 복직을 요구했다. 앞서 복직한 동료들이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그 길을 지지·환영했다. 이들은 동료들의 즉각적 복직을 요구하면서 며칠 전에도, 이날 오전에도 공장 안에서 수십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한 노동자에 따르면, 복직자들이 공장 정문 안쪽에서 진행한 홍보전에도 주·야간 연인원 80~90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2009년 점거 파업 이후 공장 안에서 열린 첫 집회였다.

복직자들은 “무기한 휴직은 현장 순환휴직의 시작”이라는 현수막도 들었다. 사측의 통보가 단지 46명 해고자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려한 것이다. 쌍용차 사측과 독립노조 집행부가 2019년 12월 29일 합의한 자구안에는 해고자 복직 연기뿐 아니라 현재 근무중인 노동자들의 상여금 반납 등 임금 삭감도 포함됐다.

이날 해고 노동자들은 공장 안 본관에서 시위를 벌인 끝에 예병태 대표이사와 면담을 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 악화’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회피했다. 노동자들의 생계는 아랑곳 않고 손바닥 뒤집듯이 합의를 파기하려는 것이다.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해고 노동자들이 사측과 면담을 하는 동안, 앞서 복직한 동료 노동자들은 본관 로비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출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고통전가 20년

지난 20년간 쌍용차 노동자들은 반복된 위기 속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고통을 오롯이 떠안아 왔다. 쌍용차는 1998년에 대우그룹에 매각되고서 이듬해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2004년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당시 노동자들이 ‘먹튀’를 강력히 우려했지만 정부는 투입한 정부 자금(1조 2000억 원)의 반값도 안 되는 헐값에 매각을 강행했다. 2009년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고서 노동자 3000명을 해고해 버렸다. 2년 뒤 마힌드라에 매각돼 복직 약속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강제 휴직과 해고, 임금 삭감과 기약 없는 복직 약속을 반복하다 노동자 일부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고통 떠넘기기로 노동자들의 고통은 가중돼 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라 민주당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8년 9월 합의 이후 국무총리 이낙연은 “아름다운 노사 상생 관계”라고 합의를 치켜세웠지만 사측이 이 합의를 어긴 지금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한 노동자는 “그때 합의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금 무얼 하고 있냐”며 정부의 모르쇠를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경찰이 노동자들과 조합을 상대로 낸 손배가압류를 취소하지 않고 있다. 지금 금속노조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걸린 경찰과 사측의 손배가압류 액수는 100억 원이 넘는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가압류를 취소하고,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책임져야 한다.

[현장] 출근 투쟁 나선 해고 노동자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46명이 쌍용차 본사 앞에서로 복직 뒤 첫 출근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진
쌍용차 자동차 해고 노동자 46명이 첫 출근 축하 꽃을 받고 있다 ⓒ조승진
첫 출근 축하 꽃을 받은 쌍용차 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조승진
해고되었다가 먼저 복직한 노동자들이 휴직 통보 철회와 ‘즉각부서배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복직한 해고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조승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46명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사로 향하고 있다 ⓒ조승진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포함한 46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정문 게이트를 넘어선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조승진
46명의 노동자들이 정문 게이트를 넘어 본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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