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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상품이 아니다:
한 여중생의 비참한 죽음을 추모하며

지난 7월 10일 한 여중생이 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긴 집에서 촛불을 켜고 생활하다 불이 나 죽었다. 아마도 그 여학생은 죽기까지 그보다 더한 비참함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일하는 그 여학생의 부모는 올해 들어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88만 원의 요금을 체납했다.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면서 전기료가 많이 나왔고, 이 요금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야박하게도, 한국전력은 3개월이 넘도록 전기요금을 내지 못한 이 집에 전기 공급을 중단해 버렸다.

이 나라에 이런 식으로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가 끊겨 버린 집이 현재 3만 2천 가구다.

한편 한국전력은 지난해에만 2조 8천8백억 원의 순수익을 기록했다. 수익의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비롯한 대주주들에게 배당됐다.

막대한 수익 덕분에 한국전력의 주식 시가총액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년 사이에 주가는 81퍼센트나 상승했다. 최근에는 전기요금이 조만간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로 벌써부터 대형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IMF 이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박탈하는 대신 소수 부자들의 배만 불리는 양극화가 심화해 왔다. 전기를 상품으로 팔고 사는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전력의 막대한 수익이 설비투자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낙후한 배전체계 때문에 한여름에 도시와 농촌에서 대규모 단전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과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등이 에너지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에너지기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에너지 기본권을 반대한다.

전기·전화가 모두 끊겨 죽은 여중생의 집도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할 만큼 형편없는 사회보장 체계를 유지하는 정부의 이런 태도는 조삼모사식 기만일 뿐이다.

위선적이게도 정부는 수요 관리 ― 요금 인상과 단전 ― 를 통한 에너지 절약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온실가스 등의 오염물질 배출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무상공급은커녕 요금 인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에너지대안센터 이필렬 교수의 지적처럼 현재 한국의 에너지 소비는 완전히 “미친” 수준이다. 이 나라의 석유소비량은 현재 세계 6위, 수입량은 3위, 온실가스 배출은 9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는 가정용보다 훨씬 싸게 전기를 공급하면서 수요관리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기는 한편, 요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삶을 박탈하고 있다.

전기를 비롯한 이용 가능한 에너지는 물·공기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자연 자원이자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공공재다.

에너지 기본권을 당장 도입하고 단전된 가정에 전기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또 이런 모순과 비극을 심화시킬 사기업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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