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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지 말아야

김낙준 동지는 〈다함께〉 58호에 기고한 독자편지에서 “배아줄기세포는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인류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진보를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질문을 던졌다.

물론 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원칙적으로 거부하는 태도에는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거나 환영하긴 어려울 것 같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근본으로는 인간 질병의 원인과 치료를 사회나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아주 자그마한 특성인 세포로 환원해버린다.

〈다함께〉 57호에서 최무영 교수는 바로 자본주의 과학의 이런 환원주의적 특성이 생명현상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기는 반면 진정한 질병 치료를 위한 노력은 소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가수 강원래 씨 같은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효과를 낳을 것 같지는 않다. 길고도 힘든 과정에 대단한 행운까지 겹쳐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할 만한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치더라도 신경세포는 성인의 몸에서 10년에 고작 1밀리미터도 자라지 않는다. 반면 정상 성인의 척수 신경은 보통 수십 센티미터에서 1미터가 넘는 것들도 있다.

몇몇 사례로 보도된 “감각이 돌아온” 경우는 새로 연결된 신경망 때문에 생긴 ‘이상 감각’일 뿐 다른 신경들과 고도의 협조작용이 필요한 근육운동을 가능하게 하기까진 환자의 수명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거나 다른 세포와의 불균형 때문에 정상 기능을 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훨씬 더 복잡한 뇌와 장기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1∼2년 전 황우석 교수가 유전자 조작으로 광우병에 내성을 가진 소를 만들어냈다는 보도는 순전한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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