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비정규직 파업:
자회사 강요 말고 노동자 탄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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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가스비정규직지부)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대구 본사에서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1월 2일, 13일에 이어 1월 28일 파업에 나서자 한국가스공사 사장 채희봉은 2월 7일 노동자들과 ‘집중 협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믿고 노동자들은 일단 파업을 중단했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롱하며 자회사 안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2월 7일 집중 협의에서 매우 고압적인 자세로 직접 고용안은 얘기도 못 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사측의 안을 확인하고 분노한 노동자들은 애초 2월 10일에 돌입할 예정이던 파업을 앞당겨 7일부터 돌입하고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이어 갔다. 10일에는 자회사 추진 본색을 드러낸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장실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파업 재개에 사측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파업 노동자들의 본사 건물 출입을 막기 시작했다. 사장실 농성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동시에 투쟁 대열을 흔들기 위해 이간질하는 방안도 내놨다. 사측은 2월 10일 ‘비서, 운전 및 소방직은 직접고용, 그 외 직종은 자회사 방식’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이 직접고용 대상으로 꼽은 인원은 고작 120여 명으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10퍼센트 정도에 해당한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사측의 이 안을 자회사 방안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용역보다 못한 자회사”
사측은 특수경비 노동자들과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을 분리해 두 개의 자회사로 쪼개려 한다.
특수경비 노동자인 김태형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 경기지회장은 “특수경비는 한국가스공사를 24시간 지키고 있다. 국가중요시설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파업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특수경비만 별도의 자회사로 하면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질 것이다” 하고 말한다.
사측은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직무급제를 도입해 정규직과 임금 차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태도다. 이미 자회사로 전환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노동자들의 처우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2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이주용 한국잡월드 부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용역이랑 다를 바 없는 게 아니라 용역보다 못한 게 자회사입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좋은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8년 근속 직원과 오늘 입사한 직원의 임금이 같습니다. 현장의 처우 개선은 이뤄진 게 전혀 없습니다.
“3만 평 부지에 제대로 된 탈의실, 휴게실이 없습니다. 노조 탄압도 심합니다. 최저임금 2.9퍼센트 인상도 없습니다. 식대를 산입해서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실수령이 160만 원인데 왜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닙니까?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은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 가지 마십시오. 끝까지 버티십시오. 좋은 자회사는 없습니다.”
사측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노사가 참여하는 4자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자회사 전환이 추진된 사업장들을 보면, 원청이 자회사 고용과 노동조건을 책임지지 않으려 해 공동협의체 구성 합의는 안 지켜지기 일쑤다. 구성된 곳조차 제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거부하며 투쟁하는 것은 정당하다. 한국가스공사는 자회사 추진을 중단하고 직접고용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
연대 확대가 중요
사측은 자회사의 필요성을 강변하며 “공정성·형평성”을 운운하고 있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반대를 근거로 자회사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런데 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 근무하는 한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며 ‘정규직 노동자 다수가 직접고용을 반대한다는 사측의 주장은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정규직 업무를 외주화해서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며 차별을 유지해 온 사측이 “공정”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오랫동안 아무 문제 없이 업무를 잘 수행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험과 자격을 인정해 직접고용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그런데 2월 11일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2노조(무상급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장실 농성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직접고용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압박한다고 보는 듯하다. 물론 사측이 이런 식으로 이간질하고 비용 절감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노조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정규직 처우 억제에 대한 불만을 비정규직 노동자 탓으로 돌리면 노동자 사이에 분열이 커져 사용자에 맞설 힘이 약화될 뿐이다.
안타깝게도 같은 날 공공운수노조 소속 한국가스공사지부 집행부는 자회사 방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냈다.
홍종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장은 매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정규직 집행부가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회사 입장을 낸 것은 정말 안타깝다. 노동자들끼리 분열하면 사측을 상대로 싸울 수 없다. 나중에 가스공사가 민영화나 성과연봉제 같은 공격을 당하면 무슨 명분으로 싸울 수 있나?”
그동안 비정규직지부는 “정규직 전환은 공공부분을 사유화, 민영화해 오던 과거를 바로잡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시작”이라며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호소해 왔다.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지금, 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의 손길을 내밀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외주화가 지속되고 노동자 간 분열이 유지되면 사측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에 하향 압박을 가하기 쉬워진다. 공공기관에서 수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됐던 지난 20여 년간 정규직의 조건도 공격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예컨대 올해 공공기관 직무급제 추진이 예고되고 있는데, 사측은 비정규직에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이어 정규직에게도 이를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전환 투쟁은 정의로울 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가스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는 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소속 노조인 교육공무직, 철도, 발전, 지역난방안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이제그만’ 등에서 지지 인증샷을 찍고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연대를 표하고 있다.
사측의 탄압에도 굳건하게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가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