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하청 노동자 늘리겠다는 부산형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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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대통령 문재인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은 부산형 일자리가 “광주, 밀양, 대구, 구미, 횡성, 군산에 이어 일곱 번째 지역 상생형 일자리”이자 “최고의 일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 군산형 일자리 등 앞선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부산형 일자리도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부산형 일자리는 ‘코렌스’라는 자동차 부품 기업이 BMW와 전기차 부품 납품 계약을 하면서 부산에 공장을 짓기로 해 추진됐다.
부산시는 코렌스에 부지를 싼값에 제공하고, 막대한 세금 혜택 등을 주며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는 이번에 일자리 4300개가 새로 만들어진다며 홍보했다. 그런데도 만들어지는 일자리 중 2022년까지 코렌스가 직접 고용하는 노동자는 605명뿐이다. 나머지 3700개 일자리는 2031년까지, 그것도 대부분 코렌스의 하청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코렌스가 부품을 만드는 하청 기업임을 고려하면, 하청의 하청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산형 일자리가 "원·하청 상생 일자리"라고 강조한다. 그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격차 축소를 위해 하청 임금을 원청의 80퍼센트 수준으로 정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코렌스 노동자들의 연봉은 현대자동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렌스의 하청 기업 노동자들은 이것의 80퍼센트 수준으로 임금을 받아야 한다. 결국 부산형 일자리도 다른 지역형 일자리들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에 불과해 보인다.
여기에 5년간 노사분규 자제, 맞춤형 근로시간제 도입과 전환배치 수용 등으로 노동 유연성 높이기도 협약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요컨대, 부산형 일자리는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과 노동 유연성을 강요하는 계획이다.
이미 민주노총을 비롯해 적잖은 진보·좌파 단체들은 정부의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이 “기업 투자 유치” 계획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해 왔다. 부산형 일자리는 그 최신 사례다.
그런데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가 부산형 일자리를 위한 노사민정 테이블에 참여한 것은 부적절하다. 정부의 저질 일자리 확대 정책에 협력하는 것은 정부의 위선적인 생색내기에 힘을 실어 주는 효과만 낼 것이다.
지난해 제조업 고용은 9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조선업 고용은 5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부산, 울산, 경남 등지에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조선업과 한국GM 등 기업주들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구조조정을 벌일 때 이를 수수방관하며 기업 편을 들어 왔다.
만약 정부가 기업 지원에 쓴 막대한 돈을 부도 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썼다면, 또는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늘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임금과 조건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주52시간제조차 무력화하는 공격에 나섰다.
이랬던 정부가 부산형 일자리와 같은 저임금 일자리 정책을 두고 생색내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정부는 저임금 지역 일자리를 앞으로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원을 법으로도 못박아 더욱 강화려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안도 올해 1월 9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며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노동조건 공격과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정책이 더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투쟁을 강화해야만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 확대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