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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형 일자리: 5년간 단체교섭 유예로 임금 억제하기
민주노총 군산시지부 참여는 부적절

10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이 열렸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지난해 5월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부지와 새만금산단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2022년까지 일자리 1900여 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문재인은 이날 축사에서 “광주·밀양·대구·구미·횡성에 이어 또 하나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은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임금, 조건 억제가 목표다.

군산형 일자리는 기업 수익은 ‘도약’하고 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은 ‘하락’하는 결과를 낳을 것 ⓒ출처 청와대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노사민정으로 구성된 ‘상생협의회’에서 ‘적정임금’ 구간과 상승률을 결정해 노사에 통보한다. 노사는 이 한도 내에서만 임금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노사 간에 이견이 발생해도 생산 개시 후 5년간은 상생협의회의 ‘조정’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올해 1월에 체결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5년간 임금과 단체협약 유예”를 포함한 것과 마찬가지로 군산형 일자리도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해 저임금·저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하청 공동교섭 보장”도 속 빈 강정일 뿐이다.

게다가 전라북도 등 지자체는 노사가 협약을 어길 경우 지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해 뒀다. 상생은커녕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지방정부가 나서서 폐업하고 일자리를 날려버리겠다”(금속노조 성명)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군산형 일자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옳다.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노사민정 합의의 성과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초에 군산형 일자리 등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주무부처를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로 결정했다. 노사민정 협력은 겉치레에 불과하고 실상은 기업 수익성 보전을 위한 ‘산업정책’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은 애초에 약속된 노동이사제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노사민정협의회 참여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 점에서, 노동계의 일부가 이번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두고 ‘노동자 이사회 참관제’를 주요 성과로 내세우는 것도 맞지 않다. 노동이사 한두 명이 이사회에 참관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방어하기 어려울뿐더러, 광주형 일자리에서처럼 정부와 사측은 이조차 제대로 지키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는 민주노총 군산시지부가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과 전북지부가 반대했지만, 민주노총 군산시지부는 합의에 참여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군산시 경제와 일자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본 듯하다.

그러나 군산에서 일자리를 늘려 보자고 저질 일자리 확대에 협력하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앞으로 그곳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과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기본권을 5년간이나 제약하는 데 합의한 것은 전반적인 임금·노동조건 하향평준화에 대해 사실상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사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한국GM에 8000억 원을 지원하면서도 군산공장 폐쇄를 지원했다. 이런 돈을 부도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쓰거나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었다. 또, 정부는 임금·조건 하락 없는 노동시간 대폭 단축을 추진해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런데 되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빨리 합의하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군산형 일자리와 같은 상생형 지역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개악, 탄력근로제 확대 등으로 저임금 일자리 양산을 추진하고,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 주려 애쓰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친기업·반노동 정책에 맞서야만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 확대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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