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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치 경신한 홍콩 빈곤 인구
캐리 람 정부는 기업 살리기에만 급급

홍콩 도심은 극단적인 부와 빈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윤선

인구 740만 명의 홍콩에서는 5명 중 1명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다. 이미 2017년 기준 빈곤 인구가 2009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발행된 최신 홍콩 빈곤실태보고서를 보면, 홍콩 빈곤 인구는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8년 빈곤 인구는 141만 명으로 2017년(137만 명)과 2016년(132만 명)에 비해 늘었다. 홍콩 항쟁의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지목된 심각한 빈곤과 소외를 보여 준다.

홍콩 청년들은 끔찍한 불평등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의 집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평범한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 꿈이다.

집이 없어 24시간 맥도날드에서 잠을 청하는 ‘맥난민’ 중에는 청년만이 아니라 노인도 많다.

홍콩의 노인빈곤율(노인 중위소득의 50퍼센트 미만을 버는 노인 가구의 비율)은 44.4퍼센트에 달한다. 홍콩 전체 인구에서 노인층은 17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들 중 거의 절반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홍콩 항쟁이 대중적 지지를 받은 배경에는 이처럼 전 세대에 걸친 끔찍한 빈곤과 불평등이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홍콩의 상위 1.2퍼센트는 홍콩 전체 부의 53퍼센트를 갖고 있다. 이런 현실은 홍콩 대중에게 커다란 소외와 박탈감을 안겨 줬을 것이다.

캐리 람의 신자유주의 정책

캐리 람 정부는 지난해 경제 저성장을 시위대 탓으로 돌리지만, 홍콩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5년 연속 하락세였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2019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이미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캐리 람 정부하에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됐다.

캐리 람 정부는 실업자, 주거, 물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법인세 인하 등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기업 부담 덜어 주기에 급급했다. 홍콩 법인세는 16.5퍼센트인데(연간 과세소득 200만 홍콩달러 이상 기업), 이는 OECD 평균(23.7퍼센트)보다 한참 낮다. 이처럼 캐리 람 정부는 노골적으로 친기업 정책을 펼쳐 왔다.

홍콩 항쟁 기간에도 친기업 행보는 계속됐다. 캐리 람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총 61억 홍콩달러(한화 약 9300억 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상업용 차량에 대한 지원, 기업의 전기료·수도 사용료 등의 감면, 부동산 소유주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기업 살리기에 집중돼 있다. 더욱이 지난 1월 캐리 람 정부는 경영 위기에 빠진 대기업 오션파크에 106억 홍콩달러(한화 약 1조 6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네 번의 경기부양책 총액보다도 더 큰 액수다.

홍콩 재무장관 폴 찬은 “이번 부양책은 중소기업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보존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는 2020년 2월부터 재원 부족을 이유로 노년층에 지급하는 보조금 혜택 대상을 기존 6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높였다.

잠재력과 힘을 보여 준 홍콩 항쟁

홍콩 항쟁의 배경에는 뿌리 깊은 빈곤과 소외가 있다. 최근 홍콩에서 노조가 활발히 조직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홍콩 항쟁은 광범한 지지를 받으며 송환법 철회를 쟁취한 바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5대 요구를 쟁취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끔찍한 불평등과 빈곤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복지 증대, 공공 주택 증가, 일자리 문제 해결 등이 필요하다. 이런 개혁들을 쟁취하려면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홍콩 항쟁은 이미 그 잠재력과 힘을 보여 줬다.

또, 시진핑 정부하에서 억압받고 착취받는 중국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 문재인 정부도 노골적인 친기업 행보로 청년·노동자의 삶을 악화시키려 한다. 한국의 현실과도 공명하는 홍콩 항쟁에 계속해서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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