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홍익대:
장시간 밤샘 근무로 사망한 경비 노동자 산재 인정
경비 인력 충원하라

2월 28일, 지난해 4월 출근길에 쓰러져 안타깝게 사망한 홍익대학교 경비 노동자 고 선희남 씨의 산재가 인정됐다.

그동안 학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재를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이하 홍익대분회)가 만들어진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정된 청소·경비 노동자 산재라고 한다.

산재 인정은 마땅한 결과다.

홍익대 경비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오전 7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7시에 퇴근하는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해 왔다. 그럼에도 임금 수준은 매년 최저임금을 맴돌았다. 고 선희남 씨는 홍익대에서 경비 노동자로 20년 넘게 근무하며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다 지난해 4월 27일 새벽 출근길에 쓰러져 사망했다.

이번 산재 인정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 홍익대 당국이 고 선희남 씨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그간 홍익대 당국은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도 간접고용 구조를 이용해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학교 당국은 고 선희남 씨 죽음에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그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학교 당국은 “학교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마련한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선희남 씨가 20년 넘게 홍익대학교에서 일했는데도 학교 측 누구도 조문을 가지 않았다.

또한 노동자·학생연대체 ‘모닥불’이 부착한 추모 대자보도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철거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연이어 대자보 14개를 부착했고, 지난해 8월 28일 학교 당국은 분향소 철거 요구와 대자보 철거에 대해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노조 설립 10년 만에 첫 산재 인정

이번 산재 인정으로 유가족들과 노동자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유가족들은 산재 인정 통지서를 받자마자 분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분회장은 곧바로 전체 조합원들에게 고 선희남 씨의 산재 승인 소식을 알렸다.

고 선희남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당시 많은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애도했다. 홍익대분회와 ‘모닥불’이 차린 분향소에는 3일 동안 약 750명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해 5월 7일 ‘모닥불’은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고 선희남 씨를 추모하며 경비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부착했다.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가 고 선희남 씨의 산재 인정에 이바지했을 것이다.

고 선희남 씨가 쓰러진 곳에 차려진 분향소. 3일 만에 학생 750여 명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김지은

여전히 책임 회피하는 홍익대학교 당국

그러나 학교 당국은 고 선희남 씨의 죽음에 반성하기는커녕 여전히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학교 당국은 여전히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고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경비 노동자 근무체계를 3교대로 전환하면서, 경비실 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충원을 하지 않고 경비실 9곳을 폐쇄해 버렸다. 이 때문에 경비 노동자 한 명이 담당하는 구역이 넓어져 노동강도가 강해졌다. 경비 노동자 휴가 시 대체인력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지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령인 노동자들이 많은 곳이라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데도 말이다.

“처음에는 1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만 주더라고요. 이유가 황당했어요. 어차피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곳은 1층이니까 1층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하면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제가 산업안전보건법 얘기하면서, 마스크 안 주면 우리 일 안 한다고 하니까 그제야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우리는 사람으로도 안 보는 거죠.”(홍익대분회 박진국 분회장)

학교 당국은 즉각 인력을 충원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학생 안전을 위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고 선희남 씨의 산재 인정을 선례로 다른 노동자들도 다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당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당국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학교 측의 대자보 철거에 분노한 학생들이 부착한 릴레이 대자보 14개의 대자보가 113일 동안 붙어 있었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김민석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