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노동자 추모조차 막은 홍익대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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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대자보 강제 철거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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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홍익대 경비 노동자 고 선희남 씨가 새벽 출근길에 학교 정문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고인은 홍익대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며 장시간·야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와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이하 ‘모닥불’)이 설치한 분향소에는 3일간 약 750명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그만큼 학생들은 경비 노동자를 가깝게 여겼던 것이다. 또한 〈한겨레〉, 〈경향신문〉 등 일간지에도 기사가 실렸다.
5월 7일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모닥불’은 고 선희남 씨를 추모하며 경비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부착했다. 그러나 대자보는 부착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CCTV를 확인해 보니, 홍익대학교 관제팀 차장과 교직원 2명이 대자보를 철거한 사실이 드러났다.
홍익대 당국은 고 선희남 씨 죽음에 대해 “학교와는 관계 없는 일인데 오늘 안에 정리할 수 없겠냐”고 책임을 회피했었다. 그러더니 추모와 연대도 앞장서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말이다.
이미 홍익대 당국은 지난해 초 4명의 노동자 해고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도 신경질적으로 철거한 바 있다.
최근 학교 당국과 경비 용역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경비 노동자들의 근무 체계를 24시간 2교대에서 12시간 3교대로 전환하면서 부족한 경비 인력을 충원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경비 노동자 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당국은 무엇보다 청소·경비 노동자와 학생들의 연대가 커지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학생들이 분향소에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최근 여러 일간지에도 보도되자 학교 당국은 추모와 연대가 확대되는 걸 막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의 방해에 굴하지 않고, 대자보 철거를 규탄하며 경비 노동자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릴레이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학교 당국은 단 한 장의 대자보를 떼어냈지만, 이내 더 많은 대자보들이 건물 벽을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5월 10일 ‘모닥불’ 대자보를 시작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육권·노동권·성인권 특별위원회 미대의 외침’, ‘홍익대학교 중앙동아리 한국기독학생회 IVF’를 비롯해, ‘정의당 청년학생조직 일동’, ‘서울청년민중당 대학생위원회’, ‘숙명여자대학교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 만년설’ 등 다양한 학내외 단체가 대자보를 부착했다.
홍익대 당국은 학생들의 추모조차 비민주적으로 가로막는 대자보 강제 철거를 즉각 사과해야 한다. 또한 더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당장 경비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와 학생들의 연대가 커질수록, 학교 당국이 비용 절감만을 우선해 경비 노동자 인력을 감축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