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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기고 있는 부시의 모병 계획

베트남의 망령이 부시를 괴롭히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의 압력 때문에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던 미군은 이라크에 충원할 군인이 부족하다는 핵심적인 난관에 부딪혀 있다.

마이클 로쉘 미군 모병사령관은 지난 5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내가 군복을 입고 33년 동안 모병업무를 수행하면서 맞고 있는 가장 도전적인 상황이다.”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확대되고 있던 2003년 10월부터 2004년 9월까지 주방위군은 애초 목표였던 5만 6천 명 충원 계획에서 거의 7천 명이 모자랐다.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4월에 현역병 모병계획은 42퍼센트나 미달됐고, 예비군은 37퍼센트가 모자랐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벌인 최악의 전투에 투입된 해병대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미 해병대는 지난 10년 동안 올해 처음으로 네 달 연속 모병 계획을 채우지 못했다.

모병율 하락과 더불어 복무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복무기간 연장 신청율이 2003년에는 75.1퍼센트였는데 2004년에는 63.2퍼센트로 떨어졌다.

이라크로 차출되는 부대는 더욱 심하다. 이라크로 파병됐던 인디아나 주방위군 보병부대의 경우 2003년에는 85퍼센트가 복무기간을 연장했지만 2004년에는 단지 35퍼센트만이 연장했다.

영화 〈화씨 9·11〉에서 마이클 무어가 잘 폭로하고 있는 것처럼 모병의 표적은 대체로 노동계급과 흑인이다. 그러나 이것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2001년 9.11 직후인 9월 30일까지 새로운 군 입대자의 23퍼센트가 흑인이었다. 그 전 5년 동안 해마다 비슷한 수치였다. 2005년 9월 30일까지의 수치를 보면 단 14퍼센트가 흑인이다. 흑인 자원자가 거의 40퍼센트나 줄었다”(〈댈러스모닝뉴스〉 8월 2일치)

졸업을 앞둔 한 흑인 고등학생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이라크 전쟁이 어리석고, 전쟁이 수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에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다. 군인들은 무의미하게 죽고 있고, 우리는 자신의 일을 할 것이다.”

반전운동이 모병의 어려움을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부터 꽤 인상적인 모병 반대 캠페인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애틀센트럴커뮤니티대학,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 뉴욕시립대학, 동부의 남부코넷티컷주립대학 등에서 모병 활동을 벌이던 군 모병관을 쫓아냈다.

이 캠페인들은 전국화하고 있고, 미국 대학의 반전활동가들은 10월 22∼23일에 반전운동의 전통이 있는 버클리 대학에서 모병반대캠페인을 위한 전국협의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시애틀에서는 교사, 학부모, 학생 단체들의 투쟁으로 시애틀 공립 고등학교에서 모병관의 활동을 제한하는 명령이 추진되도록 하는 성과를 낳았다. 반전 여론이 미국 내에서 확대되면서 ― 뉴스위크의 여론조사 결과 61퍼센트가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반대했다 ― 캠페인들은 더욱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을 수행할 군인이 모자란다는 것은 부시에게 매우 큰 난관이다. 게다가 모병의 실패는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사병들에게 교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신적 절망감, 육체적 피로감을 가중시킬 것이다. 미군들의 사기저하는 반란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부시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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