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선거연합 정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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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식 정치에서 정당은 아파트 분양 현장의 “떴다방” 같다.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의 후신)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이 앞다퉈 비례용 위성 정당을 만들거나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선거법 필리버스터를 하며 비례한국당을 만들 거라고 협박했다. 그들은 실제로 비례용 위성 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정치가 장난이냐”고 반발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지금 “떴다방 브로커”를 내세워 비례 정당을 만들려 한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47석)에서 민주당보다 20석 가까이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산법이 나와서다. 제1당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 폭로된 민주당 실세 5인의 2월 말 마포 회동에서 사무총장 윤호중은 “잘 찾아보면 우리라고 왜 힘을 모을 세력이 없겠느냐”고 했다. 짜자잔!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 위하여’가 바로 등장했다.
정치개혁연합은 ‘범민주진보 세력’이 비례용 연합 정당을 창당해 우파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의석수를 최소화시키자고 주장한다. 유시민이 처음 제안했다(‘범민주진보 연합 정당’). 주요 발기인은 문성근 배우, 함세웅 신부, 하승수 변호사, 이부영 전 의원, 김삼렬 독립유공자 유족회 회장 등이다. 오래 전부터 진보·개혁 ‘빅텐트’론을 펴 왔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시민을 위하여’의 공동 대표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와 우희종 서울대 교수다. 최배근 교수는 19대 대선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그 뒤 미래당(공동대표 오태양)에 입당했다. 우희종 교수는 얼마 전까지 정의당 (비례후보 경선 관련) 무지개 배심원단 공동단장이었다. 두 사람 다 지난해 조국(그의 특권적 행태와 위선에도 불구하고)을 열렬하게 방어했다.
둘 다 본질적으로,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노동자 정당들이 연합해 우파 야당과 맞서자는 계급(을 가로지르는) 연합 노선이다.
이 노선에는 심각한 난점들이 있다. 첫째, 우파 야당이 기세를 회복한 현 상황의 책임이 상당 부분 정부·여당의 개혁 배신에 있다는 점을 은폐한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친자본·반노동적 본질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 한다. 둘째, 민주당이 효과적인 반우파 수단이 될 수 있는 양 착각을 조장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노동계급이 민주당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적이 돼 민주당 정부에 맞서 투쟁해야 할 필요성을 흐리는 한편, 노동계급의 주요 정치조직들이 민주당의 바짓가랑이를 잡도록 바람을 넣는다.
실제로 두 단체 참여인들의 면면을 보면, 말이 ‘연합 정당’이고 형식적으로 민주당이 직접 창당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척 봐도 민주당의 위장 비례 정당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민주당 전 의원 정봉주가 주도하는 열린민주당도 있다.(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 손혜원이 최근 합류했다.) 또, 조국 지지자들이 중심이 된 조국수호당도 생겨났다. 미래통합당의 2중대 정당 만들기를 비난하더니, 민주당은 3중대, 4중대까지 있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로 ‘연합 정당’ 참여(실상은 비례 민주당 창당)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물론 전 당원 투표는 요식 행위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의회(그리고 의원) 중심적 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당원들이 당의 결정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