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민주주의의 한심함
〈노동자 연대〉 구독
1990년대 중엽 이후 사반세기 동안 한국 공식 정치를 번갈아 가며 지배해 온 두 거대 정당이 ‘페이퍼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대응하는 꼴사나운 모습은 오늘날 의회민주주의의 한심함을 잘 드러낸다.
미래통합당은 사소한 선거제도 개혁만으로도 자신의 의석수가 줄 것이라고 히스테리를 부렸다. 그만큼 과잉 대표돼 왔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들은 소규모 데칼코마니 정당을 자회사처럼 만들어 직할 체제로 거느리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다른 세력들을 들러리 세워 비례 정당을 만든다는 것일 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은 둘 다 양당 체제의 기득권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의회민주주의는 ‘국민’의 대표를 뽑아서 그들이 나랏일을 꾸려간다는 것이다. 그 ‘나라를 다스리는 일’(정치)이 쩨쩨한 꼼수로 전락한 상황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 위기로 인해 생활수준 하락의 고통을 겪고, 코로나19 때문에 건강과 심지어 생존의 위협까지 당하는 상황인데도, 거대 자본주의 양당은 꼼수 경쟁을 한다. 그래서 의회와 국민 대중(대부분 노동계급이다)의 간극은 더 벌어진다. 정치적 대표성의 위기도 심화한다.
현 정부·여당이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을 대표(하거나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열성 친문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촛불 운동에 (주도는 고사하고 뒤늦게) 올라탄 덕분에 집권한 정부에게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수단이 효능을 잃게 된 것이다.
실제로, 비례 정당 추진은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거라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민주당은 비례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제1당 지위를 놓칠 거라고 본다. 이낙연(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했다. “비난은 잠시지만 (비례 정당을 안 했을 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