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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콜센터 상담사의 목소리 :
“수백 명이 쉼 없이 침 튀기는 콜센터, 코로나19 안 걸리는 게 신기하죠”

최근 서울시 구로구 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집단 감염된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콜센터 집단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이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콜센터 상담사 A씨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들어 봤다.

이번 집단 감염을 계기로 콜센터 근무 환경 자체가 보도가 많이 됐잖아요. 다닥다닥 붙어서 밀폐된 실내에서 수백 명이 동시에 얘기를 하니까 감염에 취약하죠. 비말이 문제라는데 비말을 하루 종일 튀기는 환경에서 근무해야 해요.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손 소독제 비치 말고는 사측이 [예방을 위해] 마련해 준 것도 없어요. 마스크는 처음에 10장만 주고 그 뒤로는 개인이 알아서 구매하라는 식이죠. 그런데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어도 통화할 때 숨이 너무 막혀서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감염 위험을 줄이려면 인력을 충분히 뽑아서 교대로 일하거나 기술 투자를 해서 콜센터 노동자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사측은] 그럴 생각이 없죠.

업무량 폭증에 화장실도 못 가

특히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가 느니까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해서 배송이 엄청 늘었거든요. 주문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문의도 늘어나고 매출이 오르니까 사측은 절대 [노동자들을] 쉬게 해 줄 생각이 없는 거죠.

배송 기사들도 죽어나고 있어요. 물량이 많으니 배송 실수도 잦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콜센터에 항의하게 되죠. 그러면 우리는 그 항의를 받아 내느라 죽어나고, 기사들은 다시 배송하느라 죽어나요.

하루에 9시간 앉아 있는데 화장실은 딱 한 번 갈 수 있어요. 사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일이 너무 고되서 일하다가 죽을 것 같죠.

콜센터 업무는 실적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요. 전화 응대율을 실시간으로 띄워 놓고 관리합니다. 고객이 전화를 기다리다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면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무조건 받게 압박해요. 콜 수가 많아질수록 업무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언제 한번 확진자가 사무실 근처에 생긴 날이 있었어요. 조기퇴근을 그 때 한 번만 시켜 주더라고요. 그 후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쉬면 그 사람 콜을 나머지 사람이 받아야 해요. 1인당 100콜을 받아야 하는데, 옆 사람들이 50콜씩 더 받아야 하는 거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너무 힘든 걸 아니까 쉴 수도 없어요.

정규직 직원들 중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고객센터는 대체로 파견이나 도급이니까 재택근무는 없는 거라 생각하고 다들 일을 하죠.

부려먹다가도 아프면 나 몰라라

동료들이 다들 콜센터에서는 코로나19 걸리지 않으면 이상한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걸리지 않은 게 운이 좋은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동료들이랑 얘기해 보면 [콜센터에서는] 신천지가 아니라 신천지 할아버지여도 코로나 안 걸리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정부의 대응 자체가 무능해서 말하기도 싫어요. 동료들은 대체로 ‘신천지도 문제인데, 마스크도 안 주고 유급휴가도 보장 안 해 주는데 누가 쉬겠냐’며 정부에 불만이 많습니다.

최근에 장염에 걸렸었는데요. 열이 38도가 넘는데도 사측이 집에 안 보내 주는 거예요. 제가 너무 열이 나니까 점심 시간을 쪼개서 병원을 보내 줬거든요. 근데 병원도 발열이 있다는 이유로 진료 자체를 안 해 줘요. 일반 의원에서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 진료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마쳤는데 음성 결과가 나오는 동안 아무런 처방을 못 받았습니다. 생으로 이틀을 앓았어요. 그 기간 동안은 연차를 쓰고 나머지는 무급처리 됐죠.

웃긴 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면, 진료소에서 일단 비급여라면서 11만 원을 내야 한다고 말해요. 검사를 받아야만 하는 건데 급여가 안 되는 것도 웃기죠. 제가 근무하는 지역에도 확진자가 여러 명 나와서 역학조사에 걸리긴 해서 결국 급여 대상은 됐는데요. 아마 회사원들이 열이 있어서 검사를 받으려 해도 확진자들과 동선이 안 겹치면 11만 원 정도 내고 해야 할 겁니다. 그 검사를 못 하면 출근도 못 하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겠죠.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하며 사회가 굴러가니까 그냥 노동자들은 병에 걸리지 않기를 개인적으로 기원하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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