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한 업무와 집단감염으로 몸살을 앓는 콜센터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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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콜센터 노동자들은 폭증한 업무와 집단감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부문 콜센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관련 대응뿐 아니라, 재난지원금 등 각종 정부 정책 문의에 대응하느라 녹초가 된 상태다. 민간부문 콜센터도 인터넷 배송 증가로 인해 엄청난 업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콜센터 노동자들은 집단감염의 대표적 피해자다. 첫 집단감염이 시작된 구로 에이스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콜센터 집단감염이 17개 사업장에서 벌어졌고 299명 확진됐다.
콜센터가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들이 쏟아졌지만, 문재인 정부는 실속 없는 대책만 내놓고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의 콜센터 노동자들의 불만은 높아져 왔다.
지난 9월 15일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노동자들이 하루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예방 조치 등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마스크조차 개인이 준비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9월 25일,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조합들은 쉴 권리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실적 경쟁, 심해진 노동강도, 간접고용으로 인한 차별, 고객의 폭언 등 각종 고통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했다.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김숙영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1시간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담하다 보면 마스크 안은 금방 축축하고 냄새가 나고, 산소 부족으로 머리도 아프고, 구토도 날 때도 있습니다. 잠시 쉬며 물이라도 마시고 일을 해야 하지만 쉴 수도 없고 마스크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연대노조 고용노동부고객상담센터 천안콜센터지회 김보경 직무대행은 이렇게 말했다.
“[실적 경쟁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픈 몸으로 쉰다는 것은 쉽지 않고 두렵고 우울한 출근길을 이겨내고 모니터 앞에서 헤드셋을 쓰고 대기 걸고 콜을 받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동부-노동조합 합동점검, ‘50분 근무, 10분 휴식’, 실적-성과 연계 폐지, 점심시간 상담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들은 지난 3월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이후 정부 부처들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것들이다. 당시 노동조합들은 사업장 점검 시 원청도 점검하고,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게 하라, 상담사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실적성과 연계를 한시적으로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대다수 콜센터들이 민간위탁, 용역업체라서 원하청이 방역과 안전에 무책임하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빈번한데다, 한 콜이라도 더 받아야 성과급이나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실적-성과 연계’가 노동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형식적으로 하청업체들을 점검하는 수준 이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측이 사전 공지를 하다 보니, 사측 관리자들이 ‘점검 나오니 마스크 써라’고 하거나, 점검 때만 거리 간격을 띄우는 방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했다.
실적성과 연계 한시적 폐지는 검토해보겠다는 말뿐이었다.
공공연대노조 고용노동부고객상담센터 천안콜센터지회 김보경 직무대행은 이렇게 말했다.
“원청에서 실적 압박이 있다면서, 실적관리 쪽지로 생산성 압박을 하니, 다시 대기를 걸고 콜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받은 상담내용과 콜 수, 콜 타임 등은 등급으로 매겨져 등급수당으로 월급통장에 입금됩니다…한 콜을 덜 받으면, 다음달에 달라지는 월급통장 금액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고 매달립니다. 마음도 몸도 모두 한계이지만, 실적평가라는 족쇄로 우리는 쉴 수조차 없습니다.”
사측들은 한 콜이라도 더 받도록 하게 하기 위해 점심시간 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몰아세운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 상담금지 요구도 높다.
이윤에 눈이 먼 기업들과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정부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말 그대로 쥐어짜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