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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 사망:
과로와 경쟁 시스템이 40대 쿠팡맨을 죽였다

3월 18일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수본부 쿠팡지부가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을 공공운수노조 대교육실에서 열었다. 지난 12일 새벽 40대 쿠팡 비정규직(1년 계약직) 노동자가 경기 안산의 빌라에서 물품을 배송하다가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고인은 쿠팡에서 배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사원이었다.

ⓒ김희준

쿠팡지부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과중한 물량과 경쟁 시스템이 고인을 죽음으로 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코로나19로 택배·배송 물량이 폭증했다. 쿠팡지부에 따르면 배송량이 많은 지난해 8월 1인 배송량보다 올해 3월 배송량이 22퍼센트포인트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쿠팡 사측은 숨진 노동자는 수습이어서 기본 물량의 50퍼센트 정도만 배송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50퍼센트도 엄청난 물량이라고 지적한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악명 높다. 게다가 쿠팡맨 1인이 배송하는 물량은 계속 늘어왔다.

2015년 1월에 1인 배송량은 하루 56.6개였는데 2017년 12월에는 210.4개로 늘어났다. 2년만에 배송물량이 3.7배 늘어난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미 노동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폭증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2018년에 쿠팡에 입사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시간당 20가구를 배송하면 캠프 내에서 에이스 중 에이스였어요. 평균이 시간당 13~15가구 정도였죠. 그런데 지금 20가구를 하면 꼴등입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보통 멘토라고 해서 수습이 새로 오면 배송할 때 기존 노동자가 한 번 동승하는데 그때 수습의 물량을 보면 이게 정말 50퍼센트인지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도대체 사측이 얘기하는 기본의 50퍼센트에서 기본이 얼마인지 모르겠어요. 코로나 상황에서 수습이 처리하는 물량은 코로나 전의 일반적 배송량과 비슷해요.”

게다가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물량은 그대로인데 임금은 깎였다. 이전에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잔업을 해서 수당을 받았는데 이제는 물량은 줄이지 않고 무조건 시간 안에 배송을 끝마쳐야 한다. 시간이 넘으면 배송앱이 꺼져버려서 배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업무 강도를 대폭 높인다.

쿠팡은 경쟁과 업무 평가를 강화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 왔다. 직급을 수습, 라이트, 노멀, 정규직 등으로 나눠서 노동자들을 더 경쟁시키고,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다.

수습은 노멀의 40퍼센트 수준의 물량을 배정받아서 조금씩 물량을 늘려가고, 라이트는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노멀의 75퍼센트 정도 물량을 배정받는다. 그런데 노멀이 처리하는 물량의 기준이 계속해서 올라간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들을 휴식 없이 일하게 해서 기본 물량이 자꾸 올라가요. 그래서 이전에는 기본이 120개여서 140개를 하면 인센티브를 받았는데, 이제는 기본이 140개여서 160개를 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거죠.”

노동자들이 배정받은 물량을 제대로 배송하지 못하면 계약해지나 하위 등급으로 강등당할 수도 있다.

캠프별로 분기마다 레벨업 평가를 할 때 나쁜 평가를 받지 않으려고 노동자들은 쉬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다. 쿠팡 노동자들의 73퍼센트가 하루에 1시간의 휴게시간도 제대로 못 쓰고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경쟁 압박과 노동강도 강화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쿠팡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배송노동자들의 휴식권과 새벽배송 중단, 친노동적인 배송환경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안전하게 노동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구이다.

“쿠팡맨의 죽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긴 빈 공간을 메워서는 안 됩니다.”

“쿠팡맨들도 살고 싶다. 살 수 있도록 처우 개선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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