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과로사만 7명: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쿠팡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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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지난 3월 11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약 72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국내 3위다. 쿠팡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은 자산 9조 원의 거부 반열에 올랐다. 보수·경제지들은 쿠팡의 ‘성공 신화’를 대서 특필했고, 김범석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쿠팡이 창업 10년 만에 고속 성장을 이룩한 데는 저임금, 대규모 비정규직 고용,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장시간·심야 노동, 실시간 노동자 통제와 경쟁 부추기기 등 노동자 쥐어짜기가 아로새겨져 있다.
“로켓 배송”,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을 내세워 성장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몸과 영혼은 말 그대로 갈아 넣어졌다. 지난 1년간 무려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이런 열악한 현실을 보여 준다.
지난해 5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이틀간이나 알리지 않아 152명이 추가 감염된 사태에서 보듯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다.
2020년 현재 쿠팡의 물류센터와 배송업무을 하는 노동자 수는 5만여 명인데, 절반이 일용직이고 기간제 노동자도 1만 7000여 명에 이른다.
쿠팡의 물류센터와 배송 노동자들은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돼 2년 동안 수 차례 계약이 갱신돼야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2년을 버텨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시간당 생산량(UPH)’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평가·감시받았다. 개인의 작업 속도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관리자들은 속도에 뒤쳐지는 노동자들에겐 윽박지르고 모욕을 줬다.
노동자들은 임금을 늘리려면 목표 UPH를 초과 달성해야 했고, 이런 경쟁 속에 UPH 기준이 높아져서 노동강도는 더욱 강화됐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물량이 많아지면서 노동강도는 더 강화됐다.
뒷짐진 문재인 정부
장시간 노동도 심각하다. 물류센터는 다수가 심야 노동에 투입되는데, 물량이 늘어 잔업까지 늘었다. 지난해 10월 27세 청년 노동자가 밤샘 근무 후 자택에서 사망했는데, 7일 연속, 70여 시간을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근육세포가 파괴될 정도의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
배송 노동자들의 조건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배송노동자 1명이 처리하는 물량도 2015년 하루 56.6개에서 2020년 296개로 치솟았지만, 기본급은 6년 동안 동결됐다. 새벽 배송 증가로 심야 노동이 더 늘었는데, 거의 쉴 틈 없이 10시간 동안 밤새 일을 해야 아침 7시 전에 배달을 완료할 수 있다.
이렇게 혹사 당하는데도 사측은 분기별 상대평가를 통해 경쟁을 부추기고 평가를 정규직 전환이나 승급에 반영한다. 노동자들이 이런 힘들고 고된 노동을 어떻게든 버티려 애쓰는 이유다.
3월 6일 고시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배송노동자는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이런 조건을 참고 견뎠다. 이 노동자는 하루 10시간씩 주 5일 심야노동을 했지만 월 급여는 28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쿠팡은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연이은 과로사 문제를 폭로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쿠팡이 개선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
반갑게도 쿠팡물류센터에서 노조 조직화 흐름이 생기고 있다. 쿠팡이 롤모델로 삼은 기업 아마존에서도 최근 미국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노조 조직화에 나섰고, 이탈리아 아마존 배송 노동자들은 사상 첫 파업을 벌였다고 한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과를 거뒀듯 쿠팡 노동자들도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