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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노동자의 피땀과 눈물로 굴러가는 쿠팡의 진실

나는 지난해 8월부터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 그 전 2월부터는 또 다른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일용직으로 일했고, 그전에는 공공체육시설에서 일하다가 코로나 여파로 일자리를 잃었다. 나처럼 코로나 여파로 기존 일자리를 잃고 쿠팡에서 일하는 한 동료가 지난주에 ‘MBC 스트레이트’가 쿠팡 물류센터를 다뤘다고 알려줘서 보게 됐다.

방송을 통해 나는 지난해 10월 과로사한 고 장덕준 씨를 포함해 최근 8개월 사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5명이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덕준 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고 한다. 나도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는 야간 노동을 할 때 심장 언저리가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언제 심장이 멎어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센터 네 곳의 119 구급대 출동 건수는 지난해 77건에 달했다고 한다. 사측은 이 숫자에 “경미한 사고, 개인 지병으로 인한 출동도 포함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원래 아팠던 사람이 더 아파지는 건 회사 책임이 아니라 개인 책임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노동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다. 일자리가 불안정할수록 더 그렇다. 장덕준 씨는 자기가 맡은 업무가 노동강도는 센데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동료 노동자들의 업무량을 늘리지 않으려고 결근 없이 출근했다고 한다. 2년 후에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성실하게 일했다. 쿠팡은 계약직을 3개월-9개월-12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나도 처음 3개월짜리 계약서를 썼을 때, 다음 9개월짜리 계약서를 쓰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결근 없이 성실하게 일했다.

속도 평가

노동자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그 악명 높은 UPH(시간당 물량 처리 개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은 자기 UPH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용직으로 일할 때는 이 수치가 낮으면 다시 출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전속력으로 일했다. 계약직으로 입사 지원을 하면 사측은 정식 계약 전에 ‘실습 평가’를 해서 UPH가 기준 수치를 넘지 못하는 사람은 잘라냈다. 관리자들은 수시로 직원들의 수치를 확인해서 느린 사람에게 속도를 높이라고 지적했다. 9개월 계약서를 쓰기 전에는 이 속도가 낮으면 재계약을 못 할까 봐 항상 쪼들렸다. 꿈에서까지 시달렸다는 동료들도 여럿 있었다.

최근 이 UPH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사측은 개별 노동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게끔 하는 것은 없앴는데, 관리자들은 여전히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로켓 배송’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는 기업인 쿠팡이 속도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사측은 눈 가리고 아웅하듯 “UPH가 낮다는 이유로 개인을 공개 호출하거나 계약 연장 등 채용에서 불이익을 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도 내가 일하는 센터에서 UPH가 낮다는 이유로 계약 연장이 안 된 노동자가 있었다.

‘MBC 스트레이트’는 산재 신청을 했다가 해고된 사례도 다뤘는데, 사측은 이에 대해 “산재 신청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일 없으며,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얼마나 얄팍한 발뺌인가. 물론 이렇게 설명하면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요즈음, 계약 만료가 곧 해고를 뜻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내가 다행히 재계약을 할 수 있었던 지난해 가을에 3개월 계약으로 만료된 동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회사에 무언가 불만을 표하고 시정을 요구했던 사람들이었다. 항상 느리다고 지적받았던 동료는 재계약을 했다. 처음에 3개월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저항할 기미를 보이는 사람을 걸러내는 것 같아 보였다.

사측은 “쿠팡을 아껴주시는 고객분들의 오해를 해소하고, 묵묵히 현장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직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썼다. 나도 쿠팡에서 일하기 전에, 단순 고객일 때에는 내가 주문한 물건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내게 도착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피땀과 눈물을 흘린다는 것도 몰랐다.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직원들도 단순한 부품으로 대우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작업장에서 알게 모르게 동료 직원들과 경쟁하면서 내 주변 모든 것들에 적개심을 느낄 때에는 고립된 것 같아서 괴롭기만 했다. 최근 터져 나오는 물류센터 관련 보도들을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덜 외로워졌다. 쿠팡에는 노동조합은 없었고, 그나마 노사협의회는 있다고 하는데 아무 정보 없이 형식적인 선거만 한 번 했을 뿐이어서 갑갑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반갑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나처럼 고립감을 덜고 연대의 힘을 발휘해서 노동조건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회를 함께 건설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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