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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책 없는 한국의 영리 요양산업

코로나19 확진자의 80퍼센트가 집단발생과 연관 있다고 알려졌다. 전국의 노인 요양기관에서도 집단감염이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

시장화된 한국의 영리 요양기관들은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요양원에 코호트 격리를 권고했는데 격리된 요양원들은 일본의 크루즈선처럼 집단감염의 온상이 돼 버렸다. 감염 우려 때문에 재가 요양보호사들이 해고되고, 치매 노인을 돌봐 주던 센터가 문을 닫자 개별 가정은 발을 동동 구른다.

연간 7조 원이 넘는 사회보험료가 이들 요양기관에 투입되는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민간에 맡겨진 영리 요양산업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노인 요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취약 계층에게만 선별적으로 제공됐던 노인 요양서비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사회서비스로 확대됐다.

그러나 영리 목적의 요양기관 설립이 허용되면서 개인과 영리법인, 최근에는 금융사와 보험사까지 요양시설 설립에 뛰어들었다. 요양기관은 지난 10년 사이 8000곳에서 2만 곳 이상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 중에 공공 요양기관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요양기관이 설립돼 요양기관들은 수급자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횡령, 부정, 비리도 저지른다. 이 과정에서 주된 돌봄 주체인 요양보호사들은 최소한의 노동법도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현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요양원 ― 허약한 노인들을 고립시키는 야만적인 코호트 격리

요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2주간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권고했다. 전국적으로는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는 비율은 낮지만 확진자가 많은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상당수 요양원들이 이 조치를 시행했다. 코호트 격리는 손쉽고 값싼 방법이지만 감염을 막는 데는 매우 비효과적이다.

요양원은 각종 노인성질환과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이 장기간 집단적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그 중에서도 호흡기 감염에 더욱 취약한데, 거동이 불편한 와상환자(침대에 누워 지내는 환자)들이 많아 가래나 이물질이 기도로 지속적으로 넘어가 감염성 폐질환이 호발하기 때문이다.

2월 26일 코호트 격리된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의 입원실 내부를 병원 직원이 소독하고 있다 ⓒ출처 아시아드요양병원

이들에게는 마스크 착용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치매 노인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하고 있기 힘들고, 호흡기질환이 있는 노인에게는 환기가 어려운 N95나 Kf94 마스크가 부적합하다.

게다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민간 요양기관들이 최소한의 인력 기준도 지키지 않는 것은 감염의 전파를 더욱 쉽게 만들었다. 일인당 10명(밤 동안에는 20명도 돌본다)이 넘는 와상환자들을 만질 때마다 손 씻기를 한다고 상상해 보라.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시설 전체를 코호트 격리 하는 것은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과 노동자들이 전부 감염돼도 상관없다는 무책임하고 야만적인 조처이다. 실제 경북의 서린요양원에서는 확진자가 나온 당일부터 코호트 격리를 실시했는데도, 이후 26명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전국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한 시설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격리된 입소자들 중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요양원 입소자 상당수는 당장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은데 코로나에 감염되기라도 한다면 기관 삽관 등의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진이 상주하지도 않고 의료장비도 없는 비의료기관인 요양원에서는 이런 조치들이 불가능하다.

격리된 요양원에는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격리된 입소자와 종사자들이 밖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기 때문에 요양원에서 구입해서 나눠 주는데 충분하지 않다. 코호트 격리로 요양원에 격리된 대구의 요양보호사는 공기매개 감염병을 막는 N95 마스크나 KF94 마스크가 아니라 일반 의료용 마스크 다섯 장을 지급받은 게 전부라고 밝혔다.

주야간보호센터 휴원으로 방치된 노인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인들을 돌보는 주야간보호센터의 이용자 대부분은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치매노인들이다. 이들은 밤에 집으로 귀가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정부는 주야간보호센터에 평소 수익의 42~60퍼센트를 지원하겠다며 휴원을 권고했다. 그러나 지원금보다 센터를 운영했을 때 얻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면 휴원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의 주야간보호센터들은 휴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대책 마련은 매우 미흡해 센터를 이용하던 노인과 그 가족들의 피해가 크다. 보호자가 일하러 나가는 동안 갈 곳이 없어진 노인들은 방문요양센터에서 긴급돌봄을 받게 됐다. 그러나 방문요양은 3~4시간 정도로 서비스 제공 시간이 턱없이 짧아 보호자들이 퇴근할 때까지 상당 시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 사회서비스원에서 현재 긴급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요양서비스노동조합 대구경북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긴급돌봄 나갔던 한 노인은 아침에 아들이 출근하고 난 뒤 내가 세 시간(9~12시) 돌보고 나면 아들이 퇴근하는 7시까지는 아무것도 못 먹고 혼자 계셨다.”

방문요양 서비스 ― 감염 위험을 키우는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에게 하루 3~4시간 정도 일상생활을 지원해 주는 방문요양서비스는 집단적으로 모이지 않기 때문에 휴가나 휴원 등의 권고는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도 감염병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돌보는 노인 수와 근무 시간에 따라 시급을 받는 단기간 근로자들이다. 이들이 노인 한 명당 받는 월 급여는 60~70만 원으로 이것으로는 생계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재가기관 두 세 곳에서 동시에 근무한다. 게다가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영세 방문요양기관에서는 이들을 위한 마스크도 전혀 지급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사서 쓰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이 하루에 두세 가정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충분한 보호구를 제공하지 않으면 여러 가정에 감염이 전파될 수 있다.

서비스를 받는 가족들은 요양보호사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됐을까 염려하며 이들의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문요양센터들은 무급휴가나 해고로 대응하고 있어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19 감염은 물론 생계마저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필수 서비스인 노인요양, 국가가 책임져야

요양기관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보호받지 못하는 노인과 요양보호사들, 노인을 돌봐야 하는 부담감이 커진 개별 가정들의 문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들이다.

먼저,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을 가까이서 접촉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은 민간기관이 아니라 정부가 충분히 보급해야 한다.

요양원에 대해서는 시설 전체를 코호트 격리할 것이 아니라 확진자들을 음압병실이 있는 병원에 이송해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고 의심 환자들에게는 독립된 격리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 요양보호사 수를 대폭 늘려 기본적인 감염예방 수칙인 손 씻기도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방문요양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짧은 시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하루 한 가정을 방문해 충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월급제를 도입하고 적정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노인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중단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요양보호사들은 감염이나 생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는 반쪽짜리 긴급돌봄이 아니라 보호자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케어받을 수 있는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들을 시행하기 위해서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닌 공공 요양기관을 대폭 늘리고 돌봄 제공자인 요양보호사들을 직고용해 이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문재인이 기업에 쏟아 부은 100조 원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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