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계속될 코로나19 유행:
취약계층 방치하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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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이어 상대적으로 보관과 운송이 쉬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접종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2차 접종까지 마쳐 그 개인들로서는 일정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내에 집단면역을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80퍼센트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백신의 생산·분배·접종 속도가 턱없이 느리기 때문이다. 백신의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전체 인구의 80퍼센트가 접종받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보다 짧다면 쳇바퀴 돌듯 감염이 반복될 수 있다.
화이자는 최근 백신 생산 목표치를 54퍼센트나 높였는데, 이 계획이 성공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10억 명분만 생산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1년 동안 15억 명분을 생산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이고, 모더나의 생산 능력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말처럼 원료 물질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실제 생산량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선진국들이 백신을 독점하면서 나라별 불균형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WHO는 주요 선진국들이 백신을 독점해 불균형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개별 계약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윤 경쟁에 혈안이 된 제약기업들과 제국주의적 경쟁에 사로잡힌 선진국들은 이런 호소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현재 보급된 백신들은 감염이 폐렴 등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은 막지만 감염 자체를 막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사망자를 줄일 수는 있어도 바이러스의 확산 자체를 막지는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나라별 백신 접종의 불균등성은 일부 지역에서 사망자를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백신의 보급과 접종에도 난관이 많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보급된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백신이 병원에 도착한 뒤 접종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상당량이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백신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가 물량이 부족하자 접종 간격을 늘리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각각 3주,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을 하도록 만들어졌는데, 2차 접종 시기를 미루는 대신 1차 접종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두 백신은 한 차례 접종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내기는 하지만 충분치는 않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조처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백신 보급을 근거로 한 낙관들이 있지만 팬데믹은 오히려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면역력이 없어서 감염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는 60만 명을 넘어섰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일 1만여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다. 그중 4000명은 미국인이고 1000명은 영국인이다. 독일에서도 일일 사망자 수가 700명을 넘겼다.
미국의 한 의사는 의식이 멀쩡한 고령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떼서 더 젊은 환자에게 주는 일을 매일 여러 차례 해야 하는 고충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산소호흡기를 떼면 호흡곤란과 함께 극심한 고통을 겪으므로 사전에 고용량의 진통제와 진정제를 투여하는데 이때 환자는 이미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알게 된다. 이런 일을 매일 수행해야 하는 의료진들도 물리적·정신적 고통으로 탈진하고 있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5000만 명을 넘기면 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예측했는데 불행히도 예상이 적중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긴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속도가 훨씬 빨랐고, 이 나라들에서는 강력한 외출금지령이 떨어졌다. 브라질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관광객에게서 또 다른 변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일일 확진자가 수천 명을 넘어 도쿄를 중심으로 긴급사태가 선포됐다. 중국에서도 허베이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자 시진핑 정부는 주민 2200만 명에게 외출·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높아지면 병독성은 약화된다는 이론은 이미 40년 전에 틀린 것으로 증명됐다. 충분한 숙주가 있다면 감염력과 병독성은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인류의 불가피한 노력이 감염 속도가 빠른 변이 바이러스의 ‘자연선택’을 촉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변이가 늘어나다 보면 백신이 무력화될 위험도 있다.
요컨대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내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 거리두기 등 방역 조처가 유지돼야 할 뿐 아니라 의료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여전히 중요하다. 일부 나라들에서는 민간병원 국유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방역 조처가 지속되려면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소득 지원 없이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결국 방역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낸다. 백신의 합리적인 생산과 분배도 매우 중요하다.
구치소, 요양병원
한편, 국내에서는 매일 1000명을 넘던 감염 확산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피해는 만만치 않다. 특히 구치소, 요양병원 등 취약계층이 밀집한 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정’이니 ‘정의’니 그럴듯한 말을 아무리 늘어놔도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정부의 본색이 드러난다.
비좁은 감옥에 정원보다 많은 사람들을 밀어넣고 그 흔한 마스크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 변명이랍시고 내놓은 답변이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염의심자와 비접촉자를 모두 한방에 밀어넣고 2~3주를 그냥 보냈다. 사회에서 격리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운 구치소의 현실이 얼핏 드러났다.
요양병원은 전 세계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왔지만 정부는 ‘알아서 잘하라’는 것 외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요양병원은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재활치료 등을 위한 병원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고 장기간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많다. 정부는 안 그래도 감염에 매우 취약한 사람들이 많은 이런 요양병원의 인력 기준을 일반 병원의 절반도 안 되게 유지해 왔다.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아끼려는 것이다. 입원환자 80명 당 의사 두 명, 입원환자 6명 당 간호사 한 명만 고용하면 요양병원을 열 수 있다. 간호사 인력의 3분의 2까지는 임금이 더 적은 간호조무사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교대근무를 고려하면 사실상 의사 한 명에 간호사 너댓 명이 100명 가까운 환자를 돌봐야 한다. 2019년 말을 기준으로 이런 병원이 전체 병상의 43퍼센트(30만 2840개)나 된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지만 간병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요양보호사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가족들에게 간병 비용이 전가되다 보니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기 어렵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진다.
지난 두 달 동안에는 병실이 없어 입원도 못하고 집에서 사망한 환자들이 생겼다. 한국의 공공병원이 너무 부족한 나머지 일일 확진자가 수백 명씩만 늘어도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들을 고려하면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한 환자 수는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제대로 된 치료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를 일반 병원으로 옮겨 주지 않았다. 202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전체 사망자 900명 중 316명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숨졌다.
정부는 이런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병원 전체를 봉쇄하는 조처(코호트 격리)를 내려 왔다. 사실상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제물 삼아 감염 확산을 억제해 온 셈이다.
겨울이 계속되고 있고 세계적 수준에서 팬데믹이 악화 일로를 걷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상황도 다시 악화되기 쉬워 보인다.
그런데 문재인은 감염 확산이 진정되는 조짐이 보이자 그때서야 얼굴을 내밀고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 내용도 ‘경제’, 즉 기업 이윤 확보에 압도적인 강조를 뒀다. “터널 끝이 보인다” 하며 섣부른 낙관을 퍼뜨렸지만, 세계적 상황을 보면 백신의 보급과 효과에는 불안정한 요소가 여전히 많다.
따라서 거리두기와 생계 지원이 여전히 핵심적인 조처여야 할 텐데, 이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필수 노동자”의 “노고를 새롭게 깨달았다”지만 지원 대책은 없다. 공공병원과 인력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거듭돼 왔지만 못 들은 체하고 있다.
여당 정치인들은 4월 재보선을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불을 지폈는데,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선을 그었다. 이처럼 재정 지원을 아끼다 보니 영세 자영업자 등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고 거리두기 기준 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정부의 오만한 스타일을 보건대 방역이 실패하면 또 일부 집단에 대한 비난과 마녀사냥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집회 금지 등 권위주의적 조처도 강화될 수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광범한 대중의 삶을 지킬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