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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집행부의 임금 동결 제안:
임금 양보로는 고용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고용 보장을 위해 임금을 자제(동결)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지난달 독일의 금속산업 노사가 맺은 ‘위기 협약’(임금 동결 합의)을 추켜 세우며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무후무한 고용 대란 앞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사 혹은 노사정] 상생 협력을 모색할 때다.”

현대차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금속노조에서 점하는 위치 등을 봤을 때, 이 같은 제안이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이미 노동운동 안팎에서 ‘경제 위기 시기에 고용을 지키려면 노동자도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대유행도, 심각한 경제 위기도 모두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여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고, 따라서 희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인 사용자들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고용뿐 아니라) 임금은 노동자들에게 매우 절실한 요구이다. 임금은 노동자들에게 생계, 양육, 생활의 필요, 흔들리는 노후를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더구나 현대차 같은 대공장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면, 그것은 부품·하청사 노동자들, 제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임금 삭감을 압박하는 지렛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보수 언론들이 너도나도 현대차지부 집행부의 임금 양보 제안을 부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악순환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양보는 고용을 지키기 위한 대안도 되지 못한다.

2008년 경제 공황 이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벌어진 양보 교섭의 경험은 노동조건 양보가 결코 일자리를 지킬 수 없었음을 보여 준다. 가령,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임금 동결, 일정 기간 파업 금지, 퇴직자건강보험 삭감 등을 양보하고, 신입 사원에게 기존 노동자 임금의 절반만 주는 ‘이중임금제’ 도입에도 합의했다.

전미자동차노조 집행부는 일자리를 지키려면 임금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이는 노동자들에게 고용 안정조차 가져다 주지 못했다. 오히려 노조의 양보를 얻어 낸 사측은 몇 년 동안 이런저런 명목으로 상대적인 고임금 노동자들 다수를 공장에서 내보냈고, 남아 있는 노동자 대부분은 저임금에 시달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양보 교섭은 다른 나라 공장 노동자들의 조건에 악영향을 미쳤고, 또 그것이 부메랑이 돼 재차 노동자들의 조건 하락 압력으로 돌아왔다.

지난 몇 년간 조선업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노조 지도부의 임금 양보는 더한층의 조건 악화로, 전환배치와 순환 휴직으로, 비정규직 해고와 ‘희망퇴직’ 압박으로 이어졌다.

지금 현대기아차 사측은 수익성 악화와 전기차·수소차 생산 확대 계획 등을 빌미로 인력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유연한 생산”을 강조하면서 야금야금 전환배치, 공정 축소, 외주화, 라인 통폐합 등도 추진하고 있다. 가령,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사측은 라인 통폐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관철되면 노동자 100여 명이 전환배치 될 수 있고, 남은 노동자들은 최대 4개 차종을 혼류 생산하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지금 이곳 대의원들이 사측과의 합의를 거부하며 항의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조합의 양보는 이런 공격에 맞서 노동조건과 일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면 사측은 공격을 멈추기는커녕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더 졸라 매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더 양보하라고 달려들 것이다. 노동조합이 양보를 거듭할수록 노동자들도 사기가 꺾이고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상생”을 주장하지만, 그 실체는 노동자 희생 강요일 뿐이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단호하게 맞서야만 노동조건과 고용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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