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작업장에서 성소수자 마녀사냥에 반대한 작은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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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이슈가 되고 있다. 집단 감염의 핵심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클럽 영업 재개를 승인했고 방역조처를 완화했다. 방역조처를 완화하면서 사람들의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이것이 코로나 재확산의 핵심 원인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책임을 엉뚱한 곳에 전가하고 있다. 클럽에 간 20대를 문제삼으며 세대 갈등을 조장했고,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이 성소수자가 모이는 곳이라며 성소수자 마녀사냥을 했다.
그러자 내가 근무하는 현대중공업에서도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 노동자들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것에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이 됐다. 3년 전 나는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노동자와 논쟁해서 그가 그러지 못하도록 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까 고민했다.
마침 나에게 노동자 40여 명을 향해 연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회주의자의 길을 걸으며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며 신뢰를 얻은 덕분이었다.
문재인 지지율도 오른 상황에서 정부를 비판하면서 성소수자 방어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긴 됐다. 하지만 이런 일에 기회주의적으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먹고 사람들 앞에 나가서 잠시 설명회를 할 것이니 집중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노동조합 쟁점을 말했다. 그 다음은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 정부가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부분을 비판하며 “사실은 클럽을 영업하도록 승인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그것을 빼고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우리 안에서도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조심해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는 잘못이다.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성소수자가 많이 있고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살아간다. 아무런 죄 없는 분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큰 상처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조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동료를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왜 그런 연설을 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결과 팀에서 이태원 클럽을 언급하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일이 사라졌다.
내가 한 발언은 작업장에서 성소수자 혐오가 아무 문제 제기 없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작은 실천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에게 정치적이고 투쟁적인 활동가로 신뢰받아서 사회주의 정치에 입각해 차별에 좌시하지 않는 행동을 더 크게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부의 비겁한 책임 전가에 반대해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이러한 실천을 함께 하기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