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방침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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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노무현 정부의 경찰은 강정구 교수가 쓴 글을 문제삼아 강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이 법의 심판대에 올린 글은 강정구 교수가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요?’라는 글이다. 이 글은 맥아더 동상 철거를 지지하며 쓴 것으로, “미국과 맥아더를 6·25 전쟁에서 나라를 구하고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며 “보은론”을 펴는 우익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글에서 강정구 교수는 맥아더가 한국전쟁 “사흘 만인 27일 한국전선을 시찰하고, 미국 정부에 개입을 요구하고, 곧바로 소사 등에 폭격을 감행한 전쟁광이었다”고 주장한다.
맥아더에 대한 강정구 교수의 폭로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맥아더는 한국전쟁이 시작된 지 2주밖에 안 된 시점에서 핵폭탄 사용을 촉구했고(《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381쪽 참고), 소련과 중국의 영토는 침범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제한전 개념에 반발하다가 결국 전쟁중 해임당한 인물이었다(박태균, 《한국전쟁》 157쪽 참고). 미국 지배자들의 눈에도 그는 제거돼야 할 못 말리는 전쟁광이었던 것이다.
경찰은 강정구 교수의 글에서 특히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구절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이 없었다면 민족의 분단과 전쟁도 없었을 것”이라는 강정구 교수의 결론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런 시각은 미국내 베트남전쟁 반대 정서에 힘입어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전통주의 관점에 반기를 든 수정주의가 부상하면서 세계 역사학계의 한 흐름이 됐다. 세계적 학자인 브루스 커밍스가 기념비적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논증했던 것은 바로 분단과 전쟁의 기원이 미국에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노무현 정부의 경찰은 서점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책들, 세계적인 학술 연구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주장을 “북한을 찬양·고무한 죄”로 단죄하려 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정권의 성격, 미국과 소련 점령군의 역할, 전쟁의 성격 등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토론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세계인권선언(19항)은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 권리는 간섭 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와 어떤 방도를 통해서나 국경의 제한을 받지 않고 지식과 사상을 찾고 받으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국가보안법 7조는 세계인권선언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완전 부정한다. 우익 단체들은 강정구 교수에 대한 고발장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인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반역자 강정구를 … 고발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헌법(19조 사상과 양심의 자유/ 22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다.
최근 진중권 교수는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을 강정구 교수만이 한 게 아니라며 국가보안법의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한국 역사상 통일을 위해 전쟁을 결심했던 사람으로 두 김씨가 있으니 김유신과 김일성이다.’ 이 말을 누가 했을까요? 정답은 월간조선 조갑제 전 사장입니다. 대표적인 우익인사인 이 분은 김일성도 한 통일전쟁 결심을 왜 대한민국은 하지 못하냐고 질타하더군요.”
그러나 조갑제는 처벌은커녕 처벌 논란에 휩싸인 적도 없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이중잣대는 신념단속법의 특징이다. “[신념단속법은] 분리의 법률이며, 분리의 법률은 죄다 반동적이다. 그것은 결코 법률이 아니며 하나의 특권이다. 어떤 사람이 행해서는 안 되는 것을 다른 사람은 행해도 좋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 그의 선량한 생각과 그의 신념이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정구 교수는 ‘만경대사건’ 이후 “자기검열이라는 정신적인 괴롭힘”을 겪어 왔다. 강정구 교수가 누구에게 신체적 해를 입힌 것도 아닌데, 단지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된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잘 보여 준다. 강정구 교수가 처벌된다면 노무현 정부는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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