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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ILO 총회 참석 거부 - 노무현 정부야말로 비난의 대상이다

양대노총의 ILO 총회 참석 거부 결정을 ‘정·경·언’이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국내 문제’를 이유로 ‘국제 회의’를 무산시킨, “황당한 결정”이자 “국가적 망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한국 정부가 ILO 총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야말로 황당하고 ‘망신스런’ 일이다.

ILO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된 사건 중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두 사례가 콜롬비아와 한국이다.”

또, ILO가 채택한 국제노동협약 1백82개(2004년 현재) 가운데 한국 정부는 겨우 20개만 인정하고 있다. 이런 회원국이라면 ‘총회 개최’는커녕 제명되지 않는 게 오히려 문제다.

그나마 상황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더 나빠졌다. 지하철파업 직권중재, 공무원노조 탄압, 보건노조파업 직권중재, 급기야 아시아나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에 이르기까지 ILO의 협약과 권고를 무시하는 일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이어져 왔다.

지금 “국제적 격식” 운운하며 양대노총을 비난하고 있는 친기업 언론들은 이러한 ‘국제기준 파괴’ 조치들을 촉구·환영·칭찬해 왔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도 ILO의 협약이나 권고를 존중할 생각이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 로드맵‘은 대체근로 투입 허용, 사용자 대항권 도입·강화 등 ILO가 정한 ‘국제노동기준’에 위배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따라서 “반노동자적 정부가 … ILO 아태지역총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양대노총의 주장은 완전히 정당하다.

그런데, 운동 내의 일부는 양대노총의 ILO 참가 거부를 마뜩치 않게 여기는 듯하다. 〈레이버투데이〉의 이정희 기자는 “한국의 노동계가 ‘자기 편’[ILO-필자]으로부터 당하지 않아도 될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윤영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국제정보센터 실장 역시 “국제노동기구는 …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주요 항의운동 주체인 노동자조직이 직접 참여하는 국제기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ILO를 WTO나 IMF와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권위주의 국가의 노동운동이 흔히 ILO의 협약과 권고들을 기준 삼아 저항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ILO가 노동운동이 굳이 참가해야만 할 계급투쟁적 조직이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ILO는 1919년에 전 세계 노동자, 특히 유럽 노동자들에게 러시아 혁명과 볼셰비키의 영향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지금도 “[ILO의] 노동기준은 선진국이 동아시아와 다른 신흥 공업국들에 압력을 가하는 데 쓰는 채찍 노릇을 하”(〈반세계화의 논리〉, 윌리엄 K. 탭)기도 한다.

사실, ILO가 진정 “친노동적”(이정희 기자)이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와 양대노총을 모두 비판하는 ‘공평무사한’ 태도를 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노동조건 개선은 ILO의 권고가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의 투쟁을 통해 이뤄져 왔다. 정부와 기업주들의 위선에 개의치 말고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처럼 “흔들림 없이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