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뉴욕에 가다》는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운동가 중 한 명인 하워드 진이 쓴 희곡이다.
이 책은 무척 얇다. 그러나 책의 분량에 비해 그 내용과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진은 칼 마르크스가 무덤에서 나와 1990년대로 돌아오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할까를 묻는다.
원래 이것은 미국에서 연극으로 상연된 것이지만(흥미롭게도 젊은 흑인 사회주의자 브라이언 존스가 마르크스 역을 맡았다), 읽기에도 좋은 모노 드라마다.
브라이언 존스가 자신은 흑인이고 마르크스처럼 수염도 길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자, 진은 사람들이 마르크스를 ‘무어인’이라고 불렀다며 배역을 맡겼다.
덧붙이길, “독일어 억양은 안 돼. 나는 마르크스가 나찌나 미치광이 과학자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아.”
이 책은 다양한 면을 다룬다.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모습을 한 마르크스(스탈린주의에 의해 신격화된 마르크스가 아니라)를 그리려는 듯하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맥주를 마시며 가족 얘기를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그가 살았던 세계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마르크스는 자신이 어떻게 추방당했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그가 한 정치적 선동 때문이었다. 또, 가족들의 허약한 건강과 불확실한 삶을 강요한 빈곤을 성토한다.
뜻밖의 방식으로 당시 정치 배경도 묘사한다. 가령 얼굴이 사납게 생긴 아나키스트 바쿠닌과의 논쟁은 순전히 허구적인 것이다. 그러면서 파리 코뮌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 파리 코뮌이 가져다 준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등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
이 책은 단지 마르크스의 삶만을 역사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의 빈곤에 대한 묘사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엄청난 불평등을 날카롭게 비교한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원인이 똑같다는 것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책 곳곳에 배어 있다.
분노와 유머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물론 이것은 마르크스가 아니라 하워드 진이 말하는 것이다.
진의 필터를 통과한 마르크스지만, 그래도 진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19세기의 것이고, 그래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죽었다고 강변하는 현학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다만, 엥겔스가 그저 마르크스의 재정 후원자로만 언급될 뿐, 정치적·사상적 협력자로서의 모습은 빠져 있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