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일자리 보호 위해 국유화하라. 재매각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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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후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수 의사를 내비친 사모펀드와 기업들에게 조만간 투자의향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더불어 법정관리도 신청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통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새로운 인수자가 나오더라도 노동자들에게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시장 경쟁력’ 회복을 위해 진행되는 인수합병은 노동자 희생을 통한 비용 절감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인수 의사를 내비친 사모펀드와 기업들의 공통 요구사항이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에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인원 420여 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해고하려고 한다. 전체 노동자 1136명 중 7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다. 이미 제주항공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말이다.
노동자들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듯하다. 8월 3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자는 100명이 채 안 됐다. 7개월이 넘은 임금 체불, 파산 위기, 대규모 인원 감축 추진에도 노동자 대다수는 스스로 회사를 나가기를 거부한 것이다. 사측은 9월 7일에 대상자를 발표해 나머지 600여 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이지만,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해고 예정일은 10월 6일이다.)
기업 파산 위기와 대규모 정리해고 상황에서 ‘고용 유지’가 우선이라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은 십분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스타항공노조가 공공운수노조, 정의당과 함께 “재매각 추진과 기업 회생을 위한 고통 분담”에 동의하고, 양보안(‘2개월 무급순환휴직’)을 제시한 것은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양보는 되레 노동자들이 더한층 양보와 희생해야 한다는 압력만 키우기 십상이다. 이스타항공 사측은 노조의 ‘고통 분담’ 방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이스타항공 위기에 책임이 없다. 일자리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가 이스타항공을 국유화해야 한다. 정부는 심각한 경제 위기, 기업의 파산 위기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고, 그럴 만한 자금력이 있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이스타항공 재매각에 반대하고, 정부가 국유화해 일자리를 보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