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독재 운동:
잇따른 대규모 시위가 왕정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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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스 자이 웅파콘은 태국의 사회주의자이며, 2006년 쿠데타를 옹호한 국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왕모독죄로 기소된 후 유럽으로 잠시 망명했다.
지난 며칠 태국에서 군사 독재와 왕정에 맞서 벌어진 대단한 시위들은 이 운동이 얼마나 전진했는지 보여 준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반독재 시위가 8월부터 태국을 뒤흔들었다. 9월에는 10만 명 넘게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0월 14일은 1973년 군사 독재에 맞선 대중 항쟁이 분출한 지 47주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도 당시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독재자 쁘라윳 짠오차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 청사로 행진했다.
시위대는 헌법을 새로 쓰고 왕정을 개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군사 정부는 국왕이 방콕 인근 사원을 방문하기로 했으니 시위를 취소하라고 위협했다. 강력한 태국 군부는 취약한 왕정을 이용해 권위주의 통치를 정당화해 온 역사가 있다.
시위대는 정부의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 퇴근한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시위 규모는 더 커졌다.
군사 정부는 공무원들을 동원해 왕정 지지의 상징인 노란 셔츠를 입히고 도열시켜서 왕실 차량 행렬을 환영하게 했다.
공무원들은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많은 수가 트럭에 실려 왔고, 진짜로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실려 오기도 했다.
많은 공무원들이 불만을 표했다. 어떤 공무원들은 [왕실 차량을 향해] 반독재 시위대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왕비의 차량이 시위대를 헤치고 나오게 했다. 시위대는 왕비를 향해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심지어 가운뎃손가락만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위대는 왕비에게 “내 세금 [좀 작작 써라]!” 하고 외쳤다.
전투성
이 시위는 대학생·청년이 주축인 단체가 조직하고 있다. 중등학교 학생, 특히 여학생들의 전투성이 매우 두드러진다.
이번 반독재 운동이 10년 전의 민주주의 운동인 ‘붉은 셔츠’ 운동과 다른 점은 어느 정당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류 야당들은 오히려 운동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 군사 독재 정권은 2014년 쿠데타로 집권했다. 2019년에 결국 총선이 치러졌는데, 그조차도 반(反)민주적 선거 규칙 하에서 치러졌다.
현 정부가 투표에서 졌는데도 군부는 상원의원들을 지명해 정권을 유지시켰다.
사람들은 국왕 와치랄롱꼰의 행태에 진저리를 내고 분노한다. 국왕은 독일에서 첩들과 인생을 보내고 있다. 국왕은 사치스런 생활을 지속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고 헌법까지 뜯어고쳤다.
왕을 비판하는 것을 [“국왕모독죄”로 규정하고] 혹독하게 처벌하는 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공연히 왕을 규탄할 만큼 자신감이 있는 것은 수십 년만에 처음이다.
군사 정부는 [10월 14일 시위에 대응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를 일체 금지하고 항쟁 지도자 몇몇을 체포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날인 15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콕 도심을 메우고 정부에 맞섰다.
시위대는 16일에도 모였다. 이번에는 준군사 조직인 시위 진압 경찰이 나섰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쐈다. 많은 사람들이 체포됐다.
사람들은 대열을 재정비하고 17일에 다시 시위를 벌였다. 군사 정부가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이날 시위는 여러 곳에서 열렸다.
이런 전술과 결의는 인상적이다. 그러나 운동은 기로에 서 있다. 파업 같은 더 전투적인 행동을 조직하는 쪽으로 전진하지 않으면 기세를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