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흑자에도 노동자 ‘구조조정’ 하는 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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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는 코로나19 특수와 티브로드 합병의 효과로 올해 큰 수익을 올렸다.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3퍼센트 증가한 1조 7420억 원, 영업이익은 59.4퍼센트 급증한 982억 원이다. 합병 덕분에 6월 말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월에 비해 무려 90만 명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호황에도 인터넷·케이블 수리설치 노동자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했고, 인원 감축과 높아진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강제 전보
올해 1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조건으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허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2~3년 동안 하청업체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기간을 틈타 하청업체에 내려 보내는 수수료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하청업체도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혈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중부케이블이다. 전주기술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중부케이블은 현장 노동자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8명을 왕복 5시간 거리인 천안·아산·세종으로 강제 전보했다. 전보된 노동자들은 교통비로만 매달 50~100만 원을 쓰고 있다!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황당하게도, 정작 전주기술센터는 인력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주말 동안 천안·아산지역의 비조합원 노동자를 전주기술센터로 불러 밀린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부당한 전보를 철회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고 있다. 10월 28일에는 단식 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인수합병 속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는 건 SK브로드밴드만이 아니다.
동종 업종인 LG유플러스도 비슷하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 인수 추진 과정에서 CJ헬로비전 비정규직 노동자 인력의 40퍼센트가 감축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강도와 실적 압박이 강화돼 수리설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터넷·통신 케이블 업체는 모두 코로나19와 인수합병으로 엄청난 이득을 봤으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 노동강도 강화, 고용 불안을 강요하고 있다.
원청인 SK브로드밴드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부당전보를 취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