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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억압적

지난 호에 내가 쓴 성매매 기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견을 표했다. 성매매 합법화를 지지할 수 없다는 내 주장에 대한 이견이 주된 것이었다.

여기에는 '비범죄화'와 합법화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의문과 이와 연관된 것으로서 합법적 성 산업에 대한 오해가 포함돼 있는 듯하다.

우선, 비범죄화는 성매매를 형법상의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성매매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합법화)과는 구분된다. 물론 둘 사이에 만리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 합법화는 비범죄화를 전제로 하고, 비범죄화도 성매매 합법화처럼 성매매에 대한 용인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성매매 비범죄화는 성매매 당사자들(구매자와 판매자)을 형사 처벌하지 말라는 소극적 의미인데 반해, 합법화는 성 산업을 허용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띤다(포주까지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이런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 사실, 포주까지 비범죄화하면 합법화와 별 차이가 없다.)

'합법화가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성 판매 여성들의 처지에서는 더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은 지난 번에도 지적했듯이, 경제주의적 접근법이다. 우리는 노동계급의 일부가 아니라 계급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합법적 성 산업(공창이 한 예다)을 지지하는 것은 남녀 노동계급을 분열시킨다. 여성의 성을 사는 남성 노동자가 여성을 대등한 존재로 여긴다고 볼 수는 없다.

성매매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본질에서 억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합법화의 양상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그에 따른 성 판매 여성들의 조건도 차이가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파는 것 자체가 성 판매자들의 인격적 예속을 수반한다. 그래서 법적으로 등록한 성 판매자들 역시 강간, 갈취, 구타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적 등록이 수반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성 판매자들이 성 판매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성 판매자들은 대개 자신의 일을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해 거쳐가는 일시적인 일로 여기지만, 법적 등록은 그들을 '매춘부'라는 특정한 부류로 분류해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이바지한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곳에서도 많은 성 판매 여성들이 불법적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합법화된 성 산업은 성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노골적인 시도다. 사회주의자들이 위선적인 국가 단속을 지지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성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 비참한 현실을 묵과해서도 안 된다.

성매매 비범죄화 대상에서 포주를 제외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성 판매자들과 포주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성 판매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려면, 포주도 용인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인 셈이다.

돈벌이를 위해 포주와 성 판매자들이 의존하는 상황에서 포주 단속을 요구하게 되면 성 판매자들의 처지가 곤란해지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타인의 성을 판매하는 데서 경제적 이득을 보는 포주 행위를 두둔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게다가 포주는 성매매의 특성상 성 판매자들을 통제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대개 성 판매자들에 대한 신체적 억압이나 갈취 따위를 행할 수밖에 없다(포주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따라서 우리는 포주에 대한 규제(처벌을 포함한)의 불가피함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포주 단속은 자본주의 국가가 성매매 단속 때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명분일 뿐, 국가가 포주를 실제로 처벌하는 데 열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거물급 포주는 경찰에 상납해 단속에 걸리는 일이 별로 없고, 단속은 대개 형식적인 데 그친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경찰 단속으로 걸려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성 판매자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본주의 국가에게 포주 단속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망할 뿐 아니라 위험한 것이다.

불법화도 합법화도 우리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 돈벌이를 위해 인간의 성조차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체제 대신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만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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