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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감군 계획 검토 ― 파병 연장을 위한 책략에 속지 말라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자이툰 부대 1천 명 감군 계획 검토"에 대한 보도가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다. 국방부도 "자이툰 부대의 병력 3천2백 명을 내년 1월 이후 절반 수준인 1천6백 명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동아일보〉 9월 12일치)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우선 이 계획 자체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아직 자이툰 감군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게다가 워싱턴과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감군 계획을 발표한 열린우리당 제2정조위원장 김성곤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의 계획은 점령 총사령관 부시 행정부의 상황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61퍼센트가 카트리나 재해 복구를 위해 이라크 전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부시는 자이툰 부대의 감군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자이툰 부대를 감군하더라도 노무현과 부시는 임무 변경과 같은 물밑 거래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보면 감군 계획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뱉어놓은 말을 주워담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파병 연장을 추진하는 데 더 큰 정치적 타격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1천여 명을 감군하겠다는 것은 다름 아닌 2천2백여 명의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말이다.

국방부 스스로 "연장 동의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논란을 고려할 때 병력 감축 카드를 통해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마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동아일보〉 9월 12일치)고 인정했다.

김성곤은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전투병 중심의 감군" 운운하지만 이것은 파병 연장을 추진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모든 자이툰 부대원들은 특전사에서 훈련을 마치고 아르빌로 파병된다. 자이툰 부대의 홈페이지 자이툰 부대원 교육자료실에는 "실전적 파병 교육을 위한 월남전 비정규전 사례집"이 버젓이 게재돼 있다. 공병이든 의무병이든 자이툰 부대원들은 전투를 위해 편재돼 있다.

노무현은 국내 반전여론의 김을 빼면서도 위기에 빠진 워싱턴을 만족시키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요컨대, 병력 규모는 줄이면서 직접적인 전투 기능을 맡는 방식으로 자이툰 부대의 임무를 변경할 수 있다. 이미 〈주간동아〉 497호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주이라크 한 외교관은 자이툰 부대규모를 1천 명으로 줄이면서 전투능력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 연장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육군은 오는 12일까지 자이툰부대 3진 3차 병력 7백여 명에 대한 모집 신청을 받아 다음달 중순 선발을 마치고 파병교육을 거쳐 12월 중순께 이라크 에르빌로 파병할 예정"(〈한겨레〉 9월 8일치)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의 감군 계획은 파병 연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책략일 뿐이다. 반전 운동이 이런 주장들에 현혹돼 긴장감을 늦추거나 관망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매우 위험하다. 반전 운동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이툰 부대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수"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감군 계획 검토 근저에는 반전 여론의 압력이 존재한다. 만약 반전 운동의 압력이 없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국내에서 아무런 도전을 받지 않고 베트남 전쟁에 파병한 박정희는 무려 9년 동안(1964~73년) 32만 명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이라크 파병 자체를 좌절시키지는 못했지만 반전 운동은 중요한 압력을 형성했다. 미국의 애초 파병 요청지역은 이라크 북부 모술과 키르쿠크였다. 이 곳은 점령군과 이라크 저항군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미국은 애초 "폴란드형 사단" 규모 ― 약 1만 명 규모 ― 의 파병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이 요청을 그대로 실행할 수 없었다.

우리는 반전 운동의 압력을 더욱 확대해 전쟁광들의 위기를 반전 운동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대중행동은 여전히 우리의 핵심적인 수단이다. 9·24 반전행동으로 집결하자. 그리고 바로 지금부터 11월 전쟁광 부시방한에 반대하는 시위 건설에 착수하자.

11월 반부시 저항은 파병 연장 반대 운동에 매우 중요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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