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착취 강화해 더욱 부유해진 억만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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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억만장자들은 조세 회피, 상속, 다른 사람의 피땀으로 10조 2000억 달러[약 1경 1835조 원]에 이르는 재산을 쌓았다.
무려 2740년 동안 매일 1000달러[약 108만 원]를 소비해야 10억 달러 이상을 쓸 수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하이페이센터(High Pay Center)의 루크 힐드야드가 말했듯이 억만장자들의 부는 “초호화 인생을 몇 번이고 다시 누리고도 남을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충분치 않은가 보다. 스위스 UBS 은행에 따르면 그들의 부는 4~7월 동안 약 28퍼센트 증가했다.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2020년이 시작된 이래로 4배로 불어났다. 이제 그는 880억 달러에 육박하는 돈방석에 앉았다. 8월에 아마존 회장 제프 베이조스는 세계 최초로 재산이 2000억 달러[약 236조 원]를 넘어 섰다.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자본가가 위험을 감수해서 이윤으로 “보상”받는다고 주장한다.
사장들이 현명한 투자를 하면 그 대가로 이윤을 얻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UBS 은행 수석 요제프 슈타들러는 억만장자들이 코로나19 위기 동안 “리스크 성향이 상당했던” 덕에 “굉장한 성과를 냈다”고 했다.
한편, 자유 시장 자본주의 비판자들은 억만장자들의 존재가 자본주의의 비정상적 상태를 보여 준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힐드야드는 슈퍼 부자들이 점점 더 부유해지는 현상이 “자본주의가 상궤를 벗어났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틀렸다.
이윤은 리스크를 감수한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억만장자들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유감스러운 산물이 아니다. 이윤은 자본주의, 즉 노동자 착취에 기반을 둔 이윤 체제의 산물이다.
팬데믹과 이동 제한령 속에서 분명해진 점은 억만장자들의 “리스크 성향”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이 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보수당과 사장들이 안전이 확보되기도 전에 다급하게 사람들을 일터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윤이 다시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다.
노동은 가치의 원천이지만, 노동자들은 그들이 창출한 것의 아주 적은 일부만을 임금으로 돌려받는다. 이 격차가 바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잉여가치”이고 자본가들이 얻는 이윤의 토대이다.
어떤 노동자들은 직접 이윤을 생산하지 않지만 이윤 체제가 돌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구실을 한다. 예컨대 보건 노동자나 학교 노동자가 없다면 건강하고 숙련된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자본주의에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
사장들이 탐욕스러운 것은 분명하지만 탐욕 때문에 착취하는 것은 아니다. 사장들은 바로 경쟁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고 노동자들을 더 쥐어짠다. 그렇게 해서 경쟁자보다 더 많은 이윤 몫을 차지하려 한다.
사장들은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다.
자본가들은 투자할 돈을 은행에서 빌리거나 주식 시장에서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산을 물려받거나 임대료를 챙겨 돈을 얻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 또한 체제 어딘가에서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가치에 기반을 둔다.
이 자본 축척 체제는 가난과 공존하는 터무니 없는 부를 만들어 낸다.
억만장자들은 존재해서는 안 되고 그들의 부는 사회 압도 다수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에 쓰여야 한다.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물리고 그들의 모든 상속권을 폐지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아 더 큰 몫을 차지하도록 싸워야 한다.
그러나 억만장자들을 없애려면 이윤 체제를 폐지하고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회주의 체제로 대체해야 한다.
조세 회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만큼 부유해지려면 세금을 내지 않아야 한다.
2020년에 아마존은 3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연방소득세를 냈다. 이윤에 굶주린 베이조스의 제국 스스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은 세전소득 133억 달러[약 15조 7773억 원]에 대한 연방소득세로 1억 6200만 달러[약 1921억 원]을 냈다.
1.2퍼센트의 세율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 법인세는 21퍼센트다. 이것도 원래 35퍼센트였던 것을 트럼프가 낮춘 것이다.
2017, 2018년에 아마존은 각각 112억 달러[약 12조 원], 56억 달러[약 7조 원]의 이윤을 내고도 미국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영국 아마존은 전년대비 수익이 3분의 1 이상 증가했는데도 세금은 3퍼센트밖에 더 내지 않았다.
자본가들은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도록 체제가 짜여 있기 때문이다.
세계 7위 부자인 워런 버핏은 2006년 소득의 19퍼센트만을 세금으로 냈다.
반면 그의 직원들은 33퍼센트를 냈다. 버핏의 대답: “계급 투쟁은 존재한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키는 쪽은 내가 속한 계급, 부자 계급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고 있다.”
조세를 회피하던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 위기 덕에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영국 보수당의 경제 부양 패키지 300억 파운드[약 45조 원] 중 160억 파운드[약 23조 원]가 억만장자 소유의 회사 주머니로 곧장 들어갔다.
화학 회사 이네오스의 소유주인 영국의 억만장자 제임스 랫클리프는 가장 큰 수혜자의 하나다.
그의 순자산은 3개월간의 이동 제한령 기간[3월 말부터 6월] 동안 87억 5000만 파운드[약 13조 원]에서 138억 3000만 파운드[약 21조 원]로 늘었다.
2010년 랫플리프는 이네오스 본사를 햄프셔에서 스위스로 옮겨 1년에 1억 파운드로 추정되는 액수의 세금을 절감하고 있다.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의 순자산은 팬데믹 이동 제한령 기간 동안 27억 파운드[약 4조 원]에서 33억 4000만 파운드[약 5조 원]로 증가했다.
최근 회계 자료에 따르면 버진 애틀랜틱은 이윤에 부과되는 법인세를 2년 동안 내지 않았다. 그동안 수익을 내지 못했다면서 말이다.
2018년 버진 애틀랜틱은 “손실”을 본 덕에 2200만 파운드[약 323억 원]의 세액 공제를 받았다.
노동자 쥐어짜기
사장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임금을 낮추고 노동시간을 늘리고 감시를 강화해서 노동자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쥐어짜내려 한다.
전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인 에밀리 건델스버거는 노동자들이 “로봇” 취급을 받는다고 썼다.
“고용주들은 기술 덕분에, 비효율적일 틈을 주지 않는 작업 속도를 강요할 수 있었고, 단 한 순간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노동자의 하루를 모조리 짜냈다.”
“일할 때 쓰는 바코드 스캐너는 나의 개인 디지털 관리자이기도 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시간을 측정했다.
“업무 하나를 완수하면 스캐너는 즉시 새로운 업무를 부과할 뿐 아니라 남은 시간을 카운트다운했다.”
2011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노동자들이 섭씨 38도의 열기 속에서 일을 해야 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노동자들은 근무시간 중에 최대 약 24킬로미터를 걸어야 했으며 작업 속도가 뒤처지면 질책을 당했다.
아마존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싸우지 못하게 하려고 감시 장비들을 활용했다.
한 뉴욕 물류창고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시위 조직자가 해고됐다. 코로나19 건강 위험에 대한 탄원서를 돌렸다는 이유로 직원 2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막대한 이윤을 내는 이 기업은 노동자 혹사로 악명이 높다.
영국에서는 억만장자 마이크애슐리의 스포츠다이렉트 사가 작업장 환경 때문에 몇 번이나 조사를 받았다. 2016년 스포츠다이렉트는 논란 끝에 최저임금을 위반했음을 시인하고 노동자 수천 명에게 100만 파운드[약 14억 원]를 돌려줬다.
불평등은 이러한 착취 체제 전반에서 흘러나온다.
2018년 월마트 CEO 더글라스 맥밀런은 시간당 11파운드[한화로 약 1만 6000원]를 버는 평균적인 노동자보다 1188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 이 적은 시급마저도 미국 최저 시급의 2배에 해당한다.
의류 회사 부후는 레스터 시에서 초착취 공장을 운영했고, 이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시급 3.5파운드[약 5000원]를 받고 일했다.
소유주 마무드 카마니가 억만장자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이는 단지 몇몇 욕심 많은 자본가들의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다.
모든 사장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든 하지 않든, 혹사 공장을 운영하든 하지 않든, 노동자를 착취한다.
엄마 찬스, 아빠 찬스
운좋게 부유한 가족에서 태어나면 억만장자가 될 가능성도 훨씬 더 커진다.
부유한 가족에서 태어난 예비 억만장자는 자기 회사를 차리는 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억만장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아버지에게서 100만 달러(그러나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6070만 달러)라는 “푼돈”을 빌려서 회사를 차렸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라는 카일리 제너 또한 메이크업 브랜드를 출시할 때 가족의 유명세를 활용했다.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그룹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는 세계 6위 부자로 1426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도 처음에는 가족 소유의 토목 회사에서 일했다.
아르노는 이를 재정적 발판 삼아 나중에 명품 회사 루이뷔통, 크리스티앙 디오르, 파리의 르봉 마르셰 백화점을 사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도 가문의 부를 통해 자기 재산을 모았다. 메이예는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회장이고, 어머니는 그 회사의 대주주다.
월마트를 소유한 월튼가(家)는 총 2150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 샘 월튼의 세 자녀 롭, 짐, 앨리스 월튼은 2001년 이래로 〈포브스〉지(紙) 선정 400대 부자 명단에서 20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들이 타고 난 재산도 똑같은 착취적 방법으로 생산된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재산으로 억만장자가 되기가 쉽다고 해서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들이 그런 부를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든 “자수성가”한 자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부는 노동자들의 등골을 뽑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