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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류세 시대의 맑스》(마이크 데이비스, 창비, 2020):
흥미롭지만 책 전체의 주제는 불분명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은 늘 혁신적이었다. 도시 지역의 엄청난 성장을 살펴본 《슬럼 행성》[국역: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 2007)]이나 영국 식민지에 시장이 도입되면서 발생한 끔찍한 혼란을 다룬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홀로코스트》[국역: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이후, 2008)]도 그랬다.

《오래된 신, 새로운 수수께끼: 마르크스의 잊혀진 이론》[서평 책의 원제. 번역판의 제목과 달리 인류세 논의를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는 혁명적 정치와 함께한, 저자의 개인사로 시작한다. 1930년대에 미국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의 친구는 젊은 민권운동가였던 마이크 데이비스에게 거듭 “마르크스를 읽게나!” 하고 권했다. 마이크는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무엇보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는 물음에 답하기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이후 마이크가 자신의 마르크스주의 지식이 “녹슬었다”고 느껴서 마르크스의 원저와 다시금 씨름한 결과물이다.

그는 자신이 젊었을 때보다 오늘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원저를 찾아보기가 더 쉬워졌고 최근 학자들은 이를 활용해 마르크스의 저작이 다뤘지만 잊혀진 논의들, 예컨대 마르크스의 생태학적 비평이나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민족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 같은 것들을 찾아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4장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1장은 마르크스가 말한 혁명적 주체의 의미를 깊이 있게 조사하려는 시도다. 마이크는 마르크스의 사상이 노동자 투쟁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관여를 통해 형성된 것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특히 독일 부르주아지가 혁명적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형성된 것임을 보여 준다.

이 장에는 [자본주의] 초기의 노동자 투쟁과 노동조합 운동의 국제적 발전, 그에 관여한 사회주의자들 사이의 논쟁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마이크는 마르크스와 그의 추종자들을 비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컨대 마이크는 엥겔스의 대중 파업 회의론을 비판한다. 엥겔스는 사회주의 조직이 크게 전진하던 시대에 대중 파업은 대규모 탄압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은 로자 룩셈부르크가 《대중 파업》에서 훌륭하게 바로잡았다.

나머지 세 장은 좀 더 짧은데, 2장에서는 마르크스의 민족주의 이론을 살펴보며 이 이론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왔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두 장은 환경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 주제는 최근 몇 년 사이 마르크스의 저술을 재조명하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노력이 매우 왕성한 분야다. 안타깝게도 이 두 장이 이 책에서는 가장 약한 부분이다.

3장은 선구적인 과학자이자 아나키스트였던 크로폿킨의 저작과 “역사의 기후적 해석”에 관한 그의 잊혀진 연구를 살펴본다.

4장은 “누가 방주를 지을 것인가?” 하는 제목이 암시하듯 환경 위기에 대처할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이러한 위험에 직면하면, 인간들 사이의 연대 자체가 서남극 빙상처럼 조각 날 수도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뒷부분에서는 지속가능한 세계를 건설할 좀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장은 매우 낡았다. 2010년에 처음 발표된 이 글에는 트럼프나 파리 기후협약, 최근의 환경 투쟁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현 체제가 지속가능한 세계를 가져올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은 옳지만, 현재의 논쟁에 대한 추상적인 개입으로 느껴진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저작은 늘 통찰로 가득했고 이 책에 실린 글들에서도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나는 이 글들 모두를 포괄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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