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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저출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저출산을 우려하는 매스컴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을 미미하게나마 늘리는 대책도 있지만, 보통은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법들이다. 저출산은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도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많은 여성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9월 말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여성 정치학교에서도 많은 여성 당원들이 출산과 양육을 사회가 여성에게 떠넘기는 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발표자로 나선 한 여성 간부 당원은 출산이 여성의 의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여성 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 내에서도 성 관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출산을 여성의 의무라고 주장하게 되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 확대를 일관되게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아이를 낳고 말지는 어디까지나 여성 자신이 선택할 문제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인구가 많으면 못 산다’는 논리로 출산억제책을 펼쳤다. 그런데 오늘날은 정반대로 낮은 출산율이 성장의 동력을 잠식한다고 말하니, 얄궂다.

정부와 언론, 기업주 들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향후 노동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지금도 노동인력 부족을 단지 자국 노동자들에게만 의존해 메우지는 않는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헤매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가. 이주를 규제하지 않고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일할 수 있게 한다면, 인력 부족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또,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양육 부담 때문에 직장에 다니지 못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체로 출산율 하락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가가 증대하는 것과 양육이 개별 가족에게 맡겨지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성취 욕구가 높아지는 한편, 양육 비용과 시간은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1명밖에 낳지 않는 추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언론은 선진국이 되려면 자식을 많이 낳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출산은 선진 산업국에서도 보편적 현상이다. 출산과 양육의 국가 지원이 꽤 발달한 북유럽의 나라들조차 출산율이 2명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셋째 자녀 이상을 낳는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지원책은 생색내기일 뿐이다. 보육시설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속 빈 강정이다. 올해 여성가족부에서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4백 개 확충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30퍼센트도 진척되지 않았다.

양육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전면 책임지는 사회, 그리하여 양육 때문에 여성이 경제적·사회적 경력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때 여성은 진정한 선택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사회 전체의 이익과 여성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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