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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안철수 — 친기업 신자유주의 신봉자

국민의당 안철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과 단일화를 다툰 이후로, 안철수가 주요 선거에서 당선 유력 주자로 주목받는 것은 간만의 일이다.

당시 안철수는 ‘정치 혁신’을 외쳤고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 집권 세력”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때 박원순·문재인과 단일화를 겨루던 안철수는 이제 국민의힘과의 반문재인 우파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다. 심지어 입당 또는 합당(국민의힘 당대표 김종인이 내세운 조건)까지 열어 두고 있다.

2012년 이후 안철수의 행보는 갈지자를 그었고, 그가 주류 여·야 정당 출신이 아니라는 점 말고는 쓸 만하고 새로운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기도 금세 사그라들었다.

2014년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을 때는 당시 원내대표이던 박영선과 호흡을 맞췄다. 바로 이 시기에 세월호특별법 야합이 일어났다.

ⓒ출처 안철수 페이스북

2015년 안철수는 문재인과 결별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민주당이 별 볼 일 없었던 것의 반사이익을 얻어 민주당의 텃밭이던 호남 지역에서 의석을 대거 확보했다.

그러나 안철수가 대변하려고 했던 층은 민주당과 겹치는 중도층과 그 오른쪽이었다. 그래서 결국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는 3위에 그쳤다. 2016년 10월 안철수는 박원순·문재인보다 먼저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지만, 막상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과의 차별점으로 “촛불 집회에도,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꼽았다.

이후 안철수는 꾸준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박근혜 탄핵의 여파로 새누리당에서 쪼개져 나온 비박계(바른정당)와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고, 2018년 4월에는 문재인 정부를 우파적으로 비판하며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이때의 타격으로 안철수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는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태 이후 인기를 잃은 데다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도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강경우파 지지층의 도움을 얻어 재기하려다가 역풍을 맞아 무당층이 늘어나면서 안철수가 노릴 정치적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안철수는 모호함을 무기 삼아 기회주의적인 행보를 해 왔지만, 중요한 쟁점들에서 늘 친기업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폈다.

안철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투자가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신자유주의 우파 담론을 신봉한다. 국가가 직접적인 경제 개입을 줄이면서도 기업이 잘되도록 지원하면 경제가 잘 풀리고 결국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안철수의 일관된 신조다.

2012년 대선 때 이미 안철수는 보편적 복지 도입에 비판적이었다. 복지 재원은 “중하위층이 함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자 증세도 반대했다. 정리해고 금지, 파견법 폐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도 반대했다. 그러면서 국방비는 늘리겠다고 했고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찬성했다(이후에는 사드 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찬성했다).

2017년 대선 때 (이후 지켜지지 않은) 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을 “국가부도행 특급열차”라고 비난했다. 대신에 안철수는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일자리”를 내놓았는데 ‘직무’의 수준이나 변동에 따라 급여와 해고 여부가 결정되는 불안정 일자리였다.

또,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 상속증여세 등 부자 증세에는 반대하고, 규제프리존에 찬성했다.

안철수가 철저한 시장주의자라는 사실에는 그 자신이 성공한 기업인으로 1퍼센트 부유층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안철수는 처음에 ‘착한 기업인’으로 주목받았지만 2012년 대선 전에 안철수의 안랩은 5년 동안 매출 총액의 고작 0.02퍼센트만을 기부금에 썼을 뿐이다. 안철수의 재산은 2017년 대선 때 1197억 원으로 대선 후보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대기업 독식주의”를 비판했지만 그 자신은 2005~2011년 포스코 사외 이사로 거수기 노릇을 하며 3억 8000만 원을 보수로 챙겼다. 스톡옵션을 팔아 4억 원의 차익도 얻었다.

안철수의 부동산 대책: 문재인과 다를 바 없다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부동산 정책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격하게 비판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가장 ‘폭망’한 정책은 24타수 무안타 부동산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시장을 무시”하고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말로 공공성 운운한 것과 달리 시장주의에 의존해 투기판이 돼 버린 주택 시장을 제대로 규제·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철수가 내놓은 재개발 규제 완화, 부동산 세금 감면, 고가주택 기준 완화(재산세 감면)와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은 대안이 되기는커녕 노동자·서민의 고통을 키울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개혁 약속을 배신한 데서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고 핏대를 세우는 안철수는 개혁을 제공할 의지가 없다. 심각한 경제 위기 시기에 기업주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점에서, 더 나쁘면 나빴지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대안이 보이지 않으면, 일부는 중도 우파에게서 대안을 찾으려 할 수 있다.

주류 양당은 물론 그 사이 어딘가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려 하는 기회주의자들을 왼쪽에서 선명하게 비판하고, 그럼으로써 문재인 정부에 맞선 투쟁을 고무하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대안이다. 그래야 중도 우파의 부상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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