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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성차별:
면피용 조처만 내놓는 문재인 정부

동아제약의 채용 성차별 사건으로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 ⓒ출처 전국여성노동조합

최근 동아제약의 성차별적 채용 면접 사건이 젊은 여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동아제약 입사 면접에서 한 여성 지원자는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 동의하냐?”, “군대 갈 생각은 있냐?” 등의 성차별적 질문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동아제약 사장은 “매뉴얼을 벗어난” “불쾌”한 질문을 던진 면접관의 실수라고 둘러댔다. 많은 여성들이 이런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며 직접 겪은 성차별적 면접 경험을 온라인에 쏟아냈다.

“뚱뚱한데 자기 관리가 부족하다”, “사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거 아니냐. 지금 볼품없다”, “면접관이 남자일 수도 있는데 왜 불리하게 바지를 입었냐” 등 외모나 옷차림을 지적하며 모욕하는 발언이 적지 않았다. 애인 유무, 결혼·출산 계획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채용 성차별은 곳곳에 만연해 있다.

2018년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권에서 조직적인 채용 성차별이 드러난 바 있다. KEB하나은행은 처음부터 내부적으로 남녀 비율을 4:1로 정한 채 선발했고, KB국민은행은 아예 남녀의 합격을 대놓고 뒤바꿔 버렸다.

당시 기업주 처벌과 개선 요구가 빗발쳤지만, 문재인 정부는 전수 조사조차 거부하고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며 기업을 보호했다.

기업주 처벌은커녕, 심지어 “성평등 우수 기업”으로 둔갑시켜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여가부는 채용 성차별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은 국민은행과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 협약”을 맺었다.(관련 기사: 본지 290호 ‘채용 성차별 기업에 면죄부 준 문재인 정부’)

생색내기용 미봉책

동아제약 사건을 계기로 채용 성차별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알맹이는 별로 없다.

가령, 여성가족부는 채용 ‧고용 성차별 등을 자행한 기업은 ‘가족 친화 기업’ 인증 심사에서 탈락시키겠다고 한다.(여가부는 출산‧양육 지원 등을 ‘잘 하는’ 기업을 ‘가족 친화 기업’으로 인증해 몇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 성차별을 저지르지 않도록 압박하는 수단이 못 된다. 이번에 성차별 면접으로 문제가 된 동아제약조차 이미 2016년에 ‘가족 친화 인증’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여가부의 ‘가족 친화 인증’을 받은 서울교통공사와 한국과학기술원의 성차별을 고발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채용 성차별이, 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임신·출산을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괴롭히며 해고한 일이 일어났다. ‘가족 친화 인증’ 방안이 기업의 성차별을 막는 데 무용지물인 것이다.

이번에 제시된 “성평등 채용 문화 정착” 방안도 실효성이 별로 없다. 〈성평등 채용 안내서〉 제작‧배포, 기업 인사 관리 담당자 교육 강화 등 자발성에 기댄 미미한 조처뿐이다.

노동부의 ‘집중 신고 및 지도‧점검 기간 운영’, ‘익명 신고센터 운영’ 방안도 빈약하다. 물론 여성들이 채용 시 차별을 받았을 때 신고할 곳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방안에는 신고 후 조사‧규제‧처벌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

채용 성차별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현행법(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법)에는 여러 허점이 있다.

고용‧채용 차별 금지 규정은 모집 공고에 차별적 표현이 명시된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공백을 메울 보완책이 거듭 요구돼 왔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개선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채용 성차별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 규제책이 없다. 법 위반이 드러나도 고작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성평등”을 얘기하고 알맹이 빠진 면피용 조처만 내놓을 뿐, 채용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별로 없다. 성차별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보다 기업주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기업 지원에는 수백조 원을 쏟아부으면서 임시직‧저임금의 저질 일자리를 “코로나19로 악화된 여성 고용 대책”으로 내놓은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관련 기사: 본지 359호 ‘여성의 삶이 아니라 고용지표 높이기에 급급’)

노동계급 여성이 겪는 성차별과 고통을 완화하려면 위선적 생색내기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부를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한편 구직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우리 사회 전반에 아로새겨진 여성 차별의 일부이다. 여성 차별은 자본주의에 체계적으로 뿌리박혀 있고, 자본주의 국가는 이 시스템을 지탱하는 데서 핵심적이다. 따라서 여성 차별을 체계적으로 부추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에도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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