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대에서 동성애 방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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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28일 이화여대에서는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모임인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가 주최하는 제3회 레즈비언 문화제가 열렸다. 그 동안 학내 보수 기독교 단체는 이 문화제가 열릴 때마다 문화제를 비난하고 공격해 왔다.
문화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행사 홍보 배너와 포스터가 갈기갈기 찢기거나 자료집이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보수적인 이화기독교연합 소속 기독교 동아리·모임 들이 행사장 주변 곳곳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대대적인 포교 활동을 벌였다. ‘회개하라’는 요지의 성경 구절들이 적힌 팻말들이 비치됐다.
처음에 이대 다함께 모임 안에서는 이런 성소수자 억압에 맞선 방어 캠페인을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잠시 논쟁이 있었다.
공개 캠페인을 하는 것뿐이므로 우리가 반대 캠페인을 한다면 종교의 자유를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과, 성소수자들의 처지와 조건을 고려할 때 이번 포교 활동은 명백한 성소수자 억압이며 ‘표현의 자유’는 추상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논쟁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성소수자 억압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착수했다. 첫날 우리 캠페인에서 30명의 학생들이 레즈비언 문화제를 지지하고 성소수자 억압에 항의하는 글을 적어 줬다.
둘째 날 새벽에 문화제 홍보 게시물들이 죄다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변·날’ 활동가들은 탄압에 굴하지 않고 문화제를 계속 강행했다.
우리는 재빨리 성소수자 억압에 항의하는 리플릿을 만들어,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과 이화기독학생회(SCA)를 비롯한 10개 단체의 연서를 받아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포교 활동에 참가했던 한 학생이 몰래 우리 가판에 와서 자신은 성소수자를 억압할 뜻이 없었다며 미안하다는 쪽지를 주고 가기도 했다.
결국 중립을 지키던 일부 학생들도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둘째 날에는 1백12명의 학생들이 항의 글을 써주었고 우리가 판매하는 버튼과 귀걸이를 구입했다.
우리는 또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에도 연대를 호소했다. 동인련 활동가가 직접 와서 우리 캠페인을 지원했다.
나는 이번 싸움을 통해, 추상적인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 피억압자들의 처지와 조건에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는 점, 억압에 맞선 투쟁에서는 연대를 효과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등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