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하청 노동자, 파업으로 임금 인상 얻어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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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하청 노동자들이 수년간 삭감돼 온 임금에 불만을 터뜨리며 지난 3월 9일부터 파업을 벌여 성과를 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철판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파워그라인더 작업을 하는 일명 ‘파워공’들이다. 처음에는 수십 명으로 시작한 파업 대열이 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번 파업은 삼성중공업에서 보기 드물게 벌어진 대규모 하청 노동자 투쟁이었다. 몇 해 전에 일부 노동자들이 업체 폐업으로 공장 밖으로 밀려나 저항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규모가 당시보다 훨씬 커졌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투쟁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삼성중공업일반노조도 참가해 지원했다.
노동자들은 매일 한 곳에 모였다가 해산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했다가, 주말에 거제공설운동장에 모여 결의를 다졌다. 3월 15일부터는 매일 아침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길게 도열해 시위를 벌였다.
노동자들은 임금을 인상하고 이를 근로계약서에도 분명하게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수년간 삭감돼 온 임금 수준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 노동자들의 일당은 한때 27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 수년간 조선업 위기 속에서 점차 삭감돼 지금은 25년 전과 비슷한 14만 5000원으로 떨어졌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일감 감소, 주52시간제 시행 등으로 노동시간이 줄면서 불만이 더 가중됐다.
그래서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제는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말들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일부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모이자 다른 노동자들도 합류했다.
노조에 따르면, 결국 사측은 일당을 1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임금에서 떼어 퇴직금으로 적립했던 제도를 폐지하고 그에 해당하는 1만 5000원을 일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퇴직금은 별도 지급하기로 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았던 연월차도 도입하기로 했다.
투쟁의 확산
노동자들은 이웃한 대우조선의 파워공들보다 임금이 낮은 것에도 불만이 많았다. 대우조선 파워공들은 2019년 3월에 단호하게 파업해서 임금을 올린 바 있다. 의미심장하게도 당시 투쟁을 경험한 일부 노동자들이 삼성중공업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번 투쟁에 적극 참여했다. 한 사업장에서 했던 투쟁 경험을 자산 삼아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서도 투쟁에 나선 것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은 말했다. “그동안의 투쟁 경험이 바탕이 돼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양상도 있습니다. 대우조선 투쟁 때보다 노동자들이 좀 더 많이 모였고 요구도 좀 더 디테일합니다. 노동조합에 적극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무적인 변화입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배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업무를 한다. 그러나 조선업 위기 속에서 임금이 삭감당하고 차별당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종종 투쟁을 벌였다.
지난 3월 10일에도 현대중공업의 물량팀(단기계약직) 노동자 수백 명이 작업거부를 벌여 미지급된 휴업수당 일부를 따냈다. 2월에 벌어진 중대재해 사망 사고로 일부 공정이 멈춰 노동자들이 일을 못하게 됐는데, 사측이 물량팀 노동자들에게만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삼성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도 이런 투쟁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략 1000명 내외로 추산되는 삼성중공업 파워공들 가운데 500여 명이 파업에 나서자 사측도 압력을 받았다. 사측은 임금을 약간 인상하는 제시안을 내놓는 한편, 노동자들의 작업 복귀를 회유·종용했지만 노동자들은 굳건하게 버티며 일주일 간 파업을 벌였다.
그렇게 한 결과, 노동자들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위기 속에서도 노동자들이 투쟁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