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 하청 노동자, 식비 인상 철회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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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팀(단기계약직)에도 적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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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현대중공업 사측은 “낭비 요소”를 줄여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하던 휴가비, 아침·저녁 식사비, 피복 값 등을 하청업체가 지급하도록 했다. 사측은 “경쟁력 강한 업체와 함께하겠다”면서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당연히 임금이 삭감될 거라는 하청 노동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실제로 최근 하청업체들은 식비를 지급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이로 인해 식사비가 1000원에서 5500원으로 인상됐고, 하청 노동자들은 대략 월 10~20만 원을 부담하게 됐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1000원 식비를 내고 있는데, 명백히 차별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매우 크게 분노했다. 3월 22일에는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2명이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 있는 현대호텔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하청업체 서진이엔지 소속 조합원의 직접고용과 함께, 하청 노동자 전반에 대한 임금 삭감과 차별 대우를 시정하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원하청 활동가들이 중식 홍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광범한 불만이 표출되고 부분 항의가 시작되자, 결국 하청업체들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식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1000원으로 원상 회복된 것이다.
그런데 물량팀(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식비 인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물량팀 노동자의 식비도 원상 회복돼야 한다.
불만 폭증
식비 인상 외에도 남아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일례로, 현대중공업 사측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주던 피복 비용을 삭감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쓰던 피복을 수거해 지급하려고 한다. 하청 노동자들은 “밥값 차별에 이어 이제는 피복 차별까지 하냐”면서 분노했다.
사측은 일부 하청 노동자들의 해고 문제 해결도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건설기계의 하청업체인 서진이엔지 소속 노동자 수십 명은 업체가 폐업하면서 해고됐다. 노동자들은 해고되기 이전에 노동조합에 집단으로 가입했고 사측의 부당한 대우에 맞서 투쟁해 여러 성과를 냈다. 사측은 이런 투쟁이 눈엣가시 같았을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건설기계 경기가 나빠졌고, 사측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준비하면서 내부 정리의 필요성 때문에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불법 파견을 인정했고 사측에 직접 고용을 지시했다. 하지만 사측이 이를 어겨서 과징금 4억 6000만 원을 부과받았는데도 직접고용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하청 노동자들은 조선업 위기 속에서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은 물론이고, 상시적인 임금 체불과 4대 보험 체납에 시달렸다. 이것도 모자라 사측은 비용을 더욱 절감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도 강화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이 모든 문제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나는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현대중공업 사측에 임금 체불 문제를 항의하러 갔었다. “우리가 일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임금도 적은데 체불이 웬 말인가?” 하고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관리자의 답변은 너무 황당했다. “우리는 하청업체와 계약한 대로 기성금(원청이 지급하는 대금)을 지급했다. 따질 거면 하청 사장에게 따지시라.” 이는 명백한 책임 회피였다.
하청업체 측도 나 몰라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청 사측과 하청 사장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에 하청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잇따른 부분 성과
하청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책임이 없고,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원청 노동자들이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지지해 함께해야 한다.
최근 하청 노동자들의 불만과 투쟁이 표출되고 있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 사고로 인해 한 달 가까이 일부 부서의 작업이 중지됐다. 그런데 사측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그 기간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물량팀(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아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분노한 물량팀 노동자 수백 명이 작업 거부를 벌였고, 그러자 하루 만에 사측이 휴업 수당의 일부를 지급해야 했다.
삼성중공업에서도 임금 삭감에 시달리던 하청 파워공 노동자 500여 명이 일주일 가까이 파업을 벌여 임금 인상을 쟁취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하청 노동자 차별을 중단하고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원하청 활동가들이 단결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