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그리스 등 19개 나라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거리 집회나 온라인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한국에서도 ‘2021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및 토론회’가 홍대청년공간 JU니콜라오홀에서 열렸다. 이주노조 조합원들, 카사마코(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이주·난민 운동 활동가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유튜브 생중계 조회수도 560회를 넘겼다.
행사의 1부 ‘인종차별 반대 이주민 발언대’에서는 다양한 이주민들이 자신이 겪는 차별과 고통을 증언했다. 특히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드러냈다.
발언에 나선 미등록 이주노동자 카를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더욱 분통터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주민과 난민들은 보건의료에서 배제됐고, 백신 접종이 불확실하며 바이러스에 언제 감염될까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라셰드 씨는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이 이주노동자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을 비판했다.
“바이러스 취급해서 외국인노동자만 검사 받으라고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공장 일도 힘들고, 기숙사에 사람도 많고, 소독도 잘 안 하고, 코로나 교육도 별로 없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코로나 위기로 이주민들이 받은 경제적 타격도 크다. 정부의 국경 통제 정책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중국동포 박연희 씨의 발언은 이를 잘 보여 줬다.
“간병인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중국동포 간병인들은 일주일에 1~2장 나눠주는 덴탈마스크로 일주일을 지내야 했다. … 식당종업원들은 첫 번째로 퇴사명단에 오르고, 가정부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두 배로 힘들었다. 건설 현장 종사자나 가사도우미는 일자리가 없어서 생활난에 시달려야 한다.
“비자 연장이 안 되는 외국인들은 의료보험도 끊기고, 통신사도 먹통이 되고, 은행에 만기된 적금도 찾을 수 없어 유령인간이나 다름없다.”
한편, 미얀마 이주민도 연단에 올라 “지속적인 지지와 연대, 관심을 부탁한다.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한다”며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항쟁에 연대를 호소했다.
행사의 2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였다. 참가자들은 정부와 여당이 법안 발의조차 미루는 것을 비판하며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인종차별 정책과 행동이 만연하면, 정부와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도 쉽고, 경제·코로나 이중 위기의 고통을 보통 사람들에게 떠넘기기도 쉬워진다. 인종차별적 체제와 관행, 편견에 모두 함께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