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재·보선 패배하면 그건 배신과 환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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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2021년 3월 하순 현재,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이반은 확연하고 그 속도도 빨라졌다.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는 임기 중 최저치, 부정평가는 최대치다. 이제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의 갑절에 육박하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이런 추세는 더 커질 것이다. 최근 서울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문 진영의 정치적 고향인데도 부산은 일찍부터 민주당의 패색이 짙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행하고, 엘시티 비리, 이명박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연일 터뜨리는데도 말이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모두 특권과 부패 면에서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과 배신감에서 비롯한 환멸과 분노가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의힘 지지로 표현되는 듯하다.
민주당이 기댈 언덕이 있다면, 그건 국민의힘이 더 싫어서 “미워도 다시 한 번 [민주당]” 투표가 벌어지는 요행수뿐인 듯하다.
현재 선거 판세가 대중의 우경화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가 중도나 진보에서 별다른 선택지를 발견하기 어려움을 반영할 뿐이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건 우파의 정치적 재기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대중의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심판
민주당 심판 정서의 확산은 차기 대선 전망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는 답변이 그렇지 않다는 답변보다 많다.
특히, 윤석열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는 문재인의 부패 적폐 청산 약속이 배신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굴절되듯이 표현된 것이다. 윤석열은 권력층 부패 수사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가 그를 못살게 굴었으며, 그 자신이 공정과 정의를 정치적 브랜드로 삼고 있다.
결정적 타격은 윤석열이 정권의 부패를 비난하며 항의성으로 사퇴하는 와중에 LH 부동산 투기 비리가 터져 버린 것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부의 시장주의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실물경제 침체 상황도 반영하는 것이다. 시중 자금이 수익성 우려로 산업에 투자되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투기로 몰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스스로 집을 ‘사는’(매매) 것이 아니라 ‘사는’(거주) 곳으로 만들겠다고 해 놓고 그 말에 기대를 걸었던 노동자 등 서민층을 철저히 배신했다.
결국 부동산 실패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실패와 공정·정의의 파탄뿐 아니라 경기회복 실패 등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실패를 상징한다.
이런 정치 위기로 권력 누수 현상이 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계획에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법무부가 모두 반대하는 일이 있었다. 검찰 단속 문제로 여권 내 갈등이 벌어져도 문재인은 이를 통제하지 못했다. 한명숙 뇌물수수 판결을 뒤집으려는 법무부의 시도가 좌절된 것도 정권의 힘이 빠진 것을 보여 준다.(이런 상황에서는 문재인의 차기 검찰총장 임명도 만만찮은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