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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감세 논쟁 - 대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물려라

한나라당의 9조 원 감세안을 열린우리당이 ‘부자를 위한 조세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감세 논쟁이 불거졌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소득세 2퍼센트 감세안을 ‘서민을 위한 감세’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미 직장인의 47퍼센트, 자영업자의 51퍼센트가 소득이 적어 소득세 면제 대상이다. 더는 깎아줄 소득세가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감세안대로 된다면, 1천만 원 이하 소득자는 9만 원이 절감되지만 8천만 원 초과 소득자는 무려 3백90만 원이 인하돼 오히려 부자들이 더 큰 혜택을 본다.

또, 한나라당은 감세가 경기 회복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레이건 정부도 감세가 경기 회복을 낳아 중장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이거노믹스’의 결과는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와 경제 양극화였다. 재정 적자를 이유로 복지 지출은 줄였지만,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감세안을 비판하는 것은 위선이다. 열린우리당 자체가 한나라당 뺨치게 법인세 감면과 부자를 위한 감세를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올해 세수 감소 규모가 4조 6천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법인세 수입 감소 규모가 2조 3천억 원으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이것은 재작년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올해부터 법인세율을 2퍼센트 인하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국가들 평균에 못 미친다.

노무현 정부는 작년 소득세율을 1퍼센트 인하하고 고가 수입품을 포함한 사치성 물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기업도시 내 기업에게 3년간 법인세 면제, 이후 법인세 50퍼센트 감면이라는 혜택을 주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이런 정책의 결과, 지난해 세금감면액만 18조 6천억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세수 부족을 메운다며 소주·도시가스 등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소비재의 세율 인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자는 것이고 정부와 여당은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자는 얘기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세제 개편을 한다면 오히려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세율을 대폭 늘려 이를 사회복지와 공공서비스 확대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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