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동성애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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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짧은 여학생들이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 레즈비언일지도 모른다?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동성애자 검열과 처벌’이 진행중이다.
학칙이나 교장 재량으로 정하는 선도 규정 등으로 신체 접촉과 두발 길이 등을 제한하거나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 특히 기독교계 사립학교와 여학교는 정도가 심하다. 인천의 한 사립고등학교는 여학생들이 손을 잡거나 몸에 손대는 것을 금지한다. 여학생의 머리가 지나치게 짧아도 선도 규정에 걸린다.
학교에서 키스를 하다 걸린 두 여학생을 처벌한 사례도 있다. 작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동성애 행위를 한 5명의 학생에게 사회봉사 등의 처벌을 했다.
담임교사가 동성애자 학생의 부모를 불러 ‘다시는 딸에게 동성애를 시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해서 학생이 집을 뛰쳐나간 경우도 있다.
한 청소년은 교사가 자신을 불러다 레즈비언들끼리는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캐묻거나, 동성 섹스물을 낭독하게 하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인천의 한 남고에서는 학생끼리의 스킨십을 목격한 교사가 교내 방송으로 이들이 동성애자임을 떠벌리는 어이없는 일도 일어났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중·고등학생 중 11퍼센트 정도가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고민해 봤다. 하지만 동성애를 범죄 취급하는 학교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성정체성 고민을 말할 수 없다. 견디다 못해 학교를 떠나거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학교의 동성애 검열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성적 지향을 결정할 권리를 빼앗고, 청소년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억누른다. 검열과 처벌은 청소년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반목과 공포심을 부추긴다. 억압적인 학교 교육이 청소년들이 다양성과 관용,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배울 기회를 빼앗고 있다.